— 여행은 끝나도, 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
길을 걸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도 좋지만,
진짜 여행은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지리산 둘레길을 처음 걸을 때만 해도
나는 ‘완주’를 목표로 삼았다.
몇 구간을 걸었는지, 몇 킬로미터를 남겼는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들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대신 내게 남은 건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짧은 인사,
햇살이 비치던 오후의 냄새 같은 것들이었다.
혼자 걷는다는 건 외로움과 마주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발견했다.
두려움이 밀려올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하룻밤을 묵고
낯선 마을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얻어먹으며
세상엔 아직도 다정함이 많다는 걸 배웠다.
그 다정함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에서도
나는 끝내 길을 찾았다.
누가 알려준 것도, 불빛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믿음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분명 길이 있을 거야.’
그 믿음이 나를 걷게 했다.
돌아보면, 그 길에서 나는 참 많은 나를 만났다.
겁이 많던 나, 쉽게 포기하던 나,
그리고 끝내 걸어낸 나.
그 모든 내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길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걸.
삶은 언제나 새로운 길을 내며 이어진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나로 성장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걷는다.
조금은 낯설지만,
그 낯섦 속에서 다시 나를 만나는 길 위를.
여행은 끝나도 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