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봄의 인연

젊은 날의 친구들에게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별다른 이유 없이 만나 깔깔거리며 이야기하고,

밤새도록 걷던 날들.

무언가 대단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좋았기 때문에 함께였던 시간들.


그때는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였고, 풍족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서로의 상처를 숨기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절.

그래서일까, 그때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선명하다.


누군가는 공부를 위해,

누군가는 일터를 찾아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조금씩 연락이 뜸해졌고,

그 사이 세월은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며칠 전 퇴근길.

집으로 가기 위해선 지하철을 두 번 타거나,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 했다.

그날은 왠지 버스를 타고 싶었다.

지하도 계단을 오르는데

낯설지 않은 중년의 여성이 내려왔다.


“어머, 친구야!”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여고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였다.

20대 때는 거의 매일 만나 이야기하던 사이였다.

결혼과 일, 삶의 무게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지만 마음 한편엔 늘 남아 있던 친구.


그날은 일행이 있어 오래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곧 연락하자”는 인사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버스 창밖으로 스쳐가는 불빛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시절인연이란 이런 걸까.’

그땐 하루라도 못 보면 안 될 만큼 자주 보고 싶던 사람들,

그렇게 깊었던 관계들이

이제는 추억의 빛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하다.

그 시절, 나의 20대를 함께했던 친구들 덕분에

나는 세상의 부드러운 면을 배웠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면 충분하다는 걸.


요즘은 관계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대화보다 메시지가 익숙하고,

함께 있어도 각자의 화면을 바라보는 세상.

그래서인지 더 자주, 그 시절의 친구들이 그립다.


조건 없이 마음을 내어줄 수 있었던 관계,

그 따뜻함이 내 안의 기준이 되어 있다.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우리를 기억한다.

서툴고 불안했지만,

그 시절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때 우리가 서로를 믿고 웃었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그 시절의 우리는 부족했지만, 진심이었다.

그래서 그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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