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마음의 온도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이번 주는 ‘나의 금맥 찾기’ 1주 차.

내 소비와 감각을 돌아보며,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기록해 본다.
작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가치는 앞으로의 글쓰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의 하루, 감각이 포착한 가치


‘감각이 포착한 가치.’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주제였다.

‘감각’이라는 말, ‘가치’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잠시 눈을 감고 어제의 하루를 떠올려보니,
다섯 감각 중 가장 뚜렷하게 남은 건 ‘맛’이었다.


그건 남편과 함께한 전어회의 기억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들이 있는 곳이다.
시장 인근에는 30년 넘은 회 센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가까이에 있다 보니 정작 그 안에서 식사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늘 눈앞에 두고도 쉽게 누리지 못하는 풍경처럼.

그날 저녁, 남편이 퇴근길에 사무실에 들렀다.


내가 들고 오기 어려운 물건들을 챙겨 와 주었다.
그가 “근처에서 설렁탕이나 먹을까?” 하더니,
이내 “회센터에 사람이 많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럼 우리도 가요.”

남편은 살짝 웃으며 물었다.


“당신은 회를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는 내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회는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부산 신동아 회센터로 향했다.
노란 테이블이 가득 놓인 풍경,
사람들의 웃음소리, 접시 부딪히는 소리,
그 모든 것이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활기로 다가왔다.

전어회를 주문했다.
가을, 전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었다.
한입 입안에 넣자 고소함이 혀끝에 감돌았다.
남편에게 전어 한쌈을 싸주며 말했다.
“힘내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남편의 웃음이 내 마음에도 번졌다.


식사를 마친 뒤 남편이 말했다.
“여기,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상사와 자주 오던 곳이야.”
그의 눈빛 속에는 젊은 날의 자신이 겹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저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의 지난 시간과 지금의 나를 이어주는 따뜻한 다리라는 것을.


감각이 포착한 가치는 ‘맛’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맛을 함께 나누는 순간 속에서 피어오른 기억과 마음의 울림이었다.


전어의 풍미는 금세 사라졌지만,
그와 나눈 시간과 웃음은 오래 남았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음식의 맛이 아니라 그 맛을 둘러싼 사람과 마음,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순간의 빛이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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