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나의 소비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아침,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운다.
남편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나는 요플레에 견과류를 넣어 빵과 함께 먹는다.
서로 짧은 아침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내가 먼저 집을 나섰다.
“나중에 봐요.”
그 짧은 인사 속에도 익숙한 정이 스며 있다.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길.
버스를 타거나, 때로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간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머문다.
나 역시 한때는 여행 사진을 보며 부러워했고,
그 사이 시간은 늘 화살처럼 지나갔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창가로 향한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창문 앞, 커피 한 잔을 들고 잠시 멈춘다.


오늘의 하늘처럼 내 마음도 맑기를 바라며 기지개를 켠다.

며칠 전,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문형배 작가의
『호의에 대하여』를 구입했다.
책은 두 권만 남아 있었다.
TV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본 뒤,
그의 글을 읽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책을 읽다 한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왜 글을 쓰는가?”
작가는 말했다.
“기록하기 위해서다.
10년 후의 내가 오늘의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나 또한 기록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나중에 다시 읽으며 ‘그래, 그때는 그랬지’라고 웃을 수 있도록.


최근 나는 지하철 안의 시간을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사진을 지우며
길과 나무, 하늘, 음식 사진 속 지난 시간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웃고, 가끔은 울기도 한다.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소비의 기록’ 임을 깨닫는다.


지하철 안의 두 시간,
나는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작은 풍경 하나, 생각의 조각 하나가
내 안의 금맥이 되어 흐른다.


오늘의 발걸음, 오늘의 숨,
오늘의 마음이 모여 나만의 삶을 빚어간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한 소비를 이어간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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