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의미 재테크 보고서


10년 전의 내가 그랬듯,
오늘의 나는 또다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돈으로는 셀 수 없는 ‘의미 자산’을 정리한 보고서,
10년 뒤의 내가 미소 지으며 펼쳐볼 작은 선물이다.


‘10년 후’라는 주제를 보니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평생교육학 개론 첫 강의 시간, 교수님은 A4 용지 한 장을 나누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10년 후, 당신의 평범한 하루를 상상해 적어 보세요.”


그때 나는 30대였다.
과 동기들과는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늦깎이 편입생이었다.
그 시절의 삶은 치열했다.
일과 육아로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랐다.
눈앞의 하루도 버거운데, ‘10년 뒤’라니.
막막했지만, 주어진 과제였으므로 써 내려갔다.


며칠 뒤, 교수님은 말했다.
“그 종이를 교재에 붙이세요.”
순간,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충 쓸 걸’ 하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잊었다.
교재 속에 붙어 있었지만,
다시 펼쳐볼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아왔으니까.


세월이 흘러
몇 년 전 서재를 정리하다가 그 교재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 속에는 내가 적어둔 ‘10년 후의 하루’가 있었다.
놀라웠다.
이미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상상하며 써 내려갔던 하루가
기묘하게도 지금의 내 삶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알았다.
글의 힘, 기록의 힘을.


말은 흘러가지만 글은 남는다.
남은 글은 훗날의 나를 찾아와 길을 비추고,
삶의 방향을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느리게 가는 우체통’도 늘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엽서를 써넣으면 1년 뒤의 내가 그 편지를 받는다.
그날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전하는 인사.


어느 날, 1년 전의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아 들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내용은 언제나 비슷하다.


“지금처럼 감사하며 살아가길.
지금처럼 길을 걸으며 삶을 사랑하길.”


강릉 경포대에서 받은 엽서에도,
그 짧은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이 지난 시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어주었다.


이제 십 년 뒤면,
나이의 첫 자릿수가 또 바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주름은 늘고 세월의 흔적은 더 깊어지겠지.
하지만 나는 바란다.
외면의 젊음이 아니라,
나다움이 깊이 배인 아름다움으로 늙어가기를.

그래서 십 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 사랑하는 나에게

십 년의 시간이 흘렀구나.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니?

이 글은 미래의 너에게 보내는 보고서야.
돈으로는 셀 수 없는 마음의 자산,
시간과 사람으로 모아둔 의미의 투자 내역을 정리해 본다.


1️⃣ 걷기의 자산

나는 길 위에서 나를 만났고,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함께 걸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
그리고 언젠가 걸을 세계의 길까지.
그 발자국마다 담긴 땀과 숨결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지만,
십 년 뒤의 너에게는 체력과 기억이라는 배당금으로 돌아왔으리라 믿는다.


2️⃣ 사람의 자산

길 위에서 웃고, 때로는 흔들리고, 갈등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 모든 만남이 내 인생의 주식이었다.
십 년 뒤의 너는 여전히 혼자가 아니며,
곁에 선 사람들의 온기로 이 자산의 배당을 누리고 있으리라.


3️⃣ 글과 책의 자산

나는 매일 한 줄이라도 쓰려했고,
한 페이지라도 읽으려 했다.
사소한 떨림, 깊은 깨달음을 기록하며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왔다.
서툴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십 년 뒤, 여행작가라 불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여전히 ‘나의 언어로 세상을 기록하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익률일 것이다.


4️⃣ 마음의 자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흔들렸지만,
결국 해냈으리라 믿는다.
두려움 앞에서도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냈고,
그때마다 마음의 저금통에는
작은 동전이 하나씩 쌓였다.
십 년 뒤의 너는 지금보다 더 담대하고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가장 확실한 재테크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십 년 뒤의 너는 오늘의 나를 떠올리며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 십 년 뒤,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나의 포트폴리오

1. 매일의 시간을 소중히 기록할 것

2.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며 살 것

3. 삶의 순간마다 감사할 것

4. 두려움 앞에서 작은 용기를 낼 것

5.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것


이 다섯 가지 원칙은
내 인생의 가장 든든한 의미 포트폴리오다.
언젠가 또 다른 미래의 내가 이 글을 읽을 때,
따뜻하게 미소 지을 수 있도록.


글은 나의 보고서이자,
미래의 나를 위한 가장 든든한 투자이니까.


십 년 뒤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를 떠올리며 웃고 있을 것이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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