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창밖으로 저무는 햇살이 활주로를 물들이고 있었다.
15일간의 순례가 끝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짐가방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그곳에서의 시간,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길 위에서 흘린 눈물과 웃음이
아직 내 안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비행기 이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정말 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길의 끝이 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산티아고에서 배운 건 단 하나,
삶도 결국은 ‘걷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넘어지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고
길을 잃으면 방향을 다시 잡으면 된다.
그 단순한 진리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출근길,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그 어떤 길 위에서도
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곳에서의 나
조용히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걷는다.
조금은 낯설지만,
그 낯섦 속에서 다시 나를 만나는 길 위를.
여행은 끝났지만,
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