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다시,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은 끝나도, 길은 계속된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3년 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했던 그곳,

나는 다시 바르셀로나에 서 있었다.


순례길 일정 속, 항공 스케줄 덕분에 생긴 짧은 1박 2일.
예상치 못한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다.


3년 전엔 모든 게 신기했다.
지중해의 햇살, 바다 위의 요트,
그 풍경 속에서 문득 내 고향 부산이 떠올랐던 시간.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가우디의 집념이 깃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신자가 아님에도, 그 앞에 서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어쩌면 그 눈물은 ‘완성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성당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그래, 인생도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메시지가 가우디의 시간처럼 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로
도시의 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대신 좁은 골목길이 열렸다.
나는 그 길에서, 사람들의 목소리와 도시의 숨결을 들었다.


관광 대신 산책, 유명함 대신 일상의 온기를 만난 시간.
그래서 더 깊었다.


3년 전의 나를 사진 속에서 본 일행이 말했다.
“그때가 더 젊네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이 더 좋아요. 지금은 내 마음이 더 단단하니까요.”


순례길의 끝, 바르셀로나의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또 한 번 마음속으로 인사했다.


“고마워요, 나에게 이런 길을 허락해 줘서.”

그리고 알았다.
진짜 순례는, 여행이 끝난 그다음부터 시작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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