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순례자였고, 밤에는 한 사람으로
나는 산티아고의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동안의 여정 동안, 나는 늘 이른 아침에 일어나 걷기 시작했고
밤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 잠들었다.
낮에는 수많은 길을 걸었지만,
이 도시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밤’을 걷게 된 것이다.
거리엔 음악이 흘렀다.
하프 연주 소리가 골목 벽을 타고 흐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긋한 빵 냄새와 와인의 향이 뒤섞였다.
달빛은 성당의 첨탑 위를 은빛으로 감싸며
이 여행의 마지막 장면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함께 순례를 걸었던 이들이 옆에 있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웃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눈시울을 훔쳤다.
낮 동안 먼 길을 걸으며 함께했던 사람들이
이 밤에는 그냥 ‘사람’으로 마주 앉아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돌아가네요.”
누군가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누군가는 다시 일상으로,
그리고 나 역시 내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돌아간다는 것이 ‘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걸어온 이 길의 시간들이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성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낮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들던 곳이었지만,
밤의 성당은 고요했다.
달빛이 돌기둥 위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그 빛 아래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곳에 오기까지의 길, 수많은 순간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빛으로 내 안에 머물렀다.
‘그래, 이 길은 끝나지 않아.’
그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밤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그날 밤, 나는 느꼈다.
걷는다는 건 결국, 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