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끝에 다시 걸음을 내딛는 법
걷는 대신 천천히 미술관을 거닐며,
나는 ‘쉼’이 주는 또 다른 힘을 알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길 위로 나설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발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를 쉬었는데도 몸보다 마음이 더 느리게 움직였다.
그런데 막상 길을 걷기 시작하자
바람이 다르게 불었다.
낯익은 풍경이 다시 낯설게 다가오고,
그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새로워졌다.
이제는 길이 두렵지 않았다.
언덕을 오르다 숨이 차오르면 잠시 멈췄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서둘러 걸어왔을까.
이제는 속도를 늦추는 법을 알 것 같았다.
길 위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내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조언처럼 들렸다.
순례길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길을 걷는다는 건
결국 내 안의 두려움과 함께 걷는 일이다.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걸 안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루의 끝, 작은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때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일기를 썼다.
‘오늘도 잘 걸었다.
어제보다 천천히, 그러나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