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멀리서 산티아고 대성당의 첨탑이 보였다.
그 순간, 가슴이 뜨겁게 뛰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곳에 다가갈수록 숨이 가빠왔다.
길 위에서 보낸 모든 날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뜨거운 햇살과 거센 비바람,
낯선 이들과 나눈 짧은 인사,
그리고 수없이 되뇌던 다짐들.
대성당 앞 광장에 도착하자
함께 걸어온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누군가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이름조차 잘 모르던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가족 같았다.
길 위에서의 수많은 시간과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엮어 주었다.
그 눈물은 단지 끝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동안 잘 견뎌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향한 다짐이었다.
대성당 종소리가 울릴 때
나는 두 손을 모았다.
“이제 괜찮아.
이 길은 끝났지만,
진짜 순례는 지금부터야.”
길은 그렇게, 내 안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