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지, 그때의 우리
나는 원래 길을 잘 걷지 않았다.
멀리 가는 건 귀찮고, 걷는 건 그저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카카오 프로필을 보다가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사진첩엔 사람보다 ‘길’의 사진이 더 많았다.
바다 옆 길, 산길, 흙길, 그리고 누군가와 나란히 걷던 뒷모습들.
그 시작은 아마 7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그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걷는 삶’의 의미를 배웠다.
그 이후 해파랑길, 지리산둘레길, 평화누리길 등
국내 여러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떤 인연은 길에서 멈추었고,
어떤 인연은 동호회로 이어졌으며,
어떤 인연은 지금까지도 함께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나의 느린 걸음을 이끌어주었고,
누군가는 내 안의 용기를 일깨워주었다.
사진을 보면 장거리 대회에서 지쳐 있는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이들이 시절인연이었다.
그 길의 인연 덕분에 몇 년간 나는 쉼 없이 걸었다.
그 인연들이 계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1년 전, 나는 길 위에서 상처를 받았다.
몇 해 동안 함께 걷고, 대회에도 나갔던 동호회 회원 한 사람이
어느 순간 달라졌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거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잠시 해외에 다녀온 사이,
그는 동호회 게시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일은
여러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처음엔 원망이 앞섰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우리는 용서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알게 되겠지.
아니, 언젠가 물을 수 있겠지.
그때는 왜 그랬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아직은 본인의 생각 속에 머물러 있을 테니까.
그 일을 통해 나는 배웠다.
모든 인연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 변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걷는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의 따뜻함을 기억하기 때문에.
잘 지내고 있지?
그 시절, 내 곁에서 걸어준 모든 사람들.
우리의 발자국이 남아 있던 그 길 위에서,
언젠가 다시 마주칠 수도 있겠지.
� 길 위의 깨달음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만,
함께 걸었던 길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