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산의 인연

함께 오른다는 것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100대 명산 도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들 웃었다.
“세 번만 가도 대단하지.”
“너 체력으로는 글렀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첫 산은 금정산 고당봉이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그 산을 나는 8시간 넘게 걸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돌덩이 같았다.
정상에 오르며 문득 생각했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려오는 길에 마음 한구석이 들떴다.
포기 대신 ‘다음엔 조금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게 시작이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100대 명산 도전 동호회를 수소문해 함께 걷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산악회 사람들과 오른 날,
나는 또다시 뒤처졌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뒤에서 내 배낭을 잡아주었고,
누군가는 “천천히 해요, 같이 가요.” 하며 옆을 지켜줬다.
그때 처음 알았다.
함께 오른다는 건, 속도를 맞춘다는 뜻이라는 걸.


그 길에서 나는 보석 같은 인연들을 만났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들.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사는 곳도 달랐지만
산에서는 금세 마음이 통했다.
그들은 늘 나를 응원해 줬고,
내가 힘들 때면 “괜찮아, 너라면 끝까지 간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나를 끝까지 걸어가게 했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나는 결국 100대 명산 도전을 완주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인연은 내 삶의 든든한 줄이 되어 있다.
산이 아니어도, 인생의 오르막을 함께 넘는 벗들이다.


이제는 안다.
산은 결국 사람을 닮았다는 걸.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힘든 순간에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산은 나를 단련시켰고,
사람은 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만나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 산이 가르쳐준 깨달음
“정상에 오른 기억보다,
함께 오르던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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