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가고 싶은 산이 있었다.
설악산, 그리고 그 안의 공룡능선.
몇 해 전부터 사진으로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직접 그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혼자 갈 생각이었다.
지리산 종주를 혼자 해냈던 기억이
나를 조금은 든든하게 했다.
그래서 일정표를 만들고,
교통편과 숙소까지 꼼꼼히 찾아봤다.
‘이번엔 정말 간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어느 날,
거실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악산… 거기도 참 오랜만이네.”
TV 여행 프로그램 속
단풍으로 물든 설악의 능선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한마디가 내 귀에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래, 우리의 마지막 설악은 15년 전이었다.
그때 우리는 함께 봉정암을 올랐고,
젊음과 열정으로 그 길을 수다와 웃음으로 채웠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이번에 나랑 같이 갈래요?”
남편은 잠시 TV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바쁜데… 글쎄, 고민 좀 해볼게.”
그 대답이 전부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혼자 떠나려던 산행이었는데
함께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노트를 폈다.
교통편, 산행 일정, 숙박, 대피소 예약까지
하나씩 체크하며 일정을 구체화했다.
‘토요일 새벽 출발, 백담사 입산, 희운각 1박.’
계획이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이 말했다.
“그래, 가자. 오랜만에.”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공룡능선을 향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15년 만에 다시 함께 걷는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