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이번 전시회에서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이번 전시회에서
모든 부스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독 발걸음이 오래 머문
한 부스가 있었다.


농장에서 직접 블루베리를 키우고,
도라지와 함께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설명은 길지 않았다.
과장도 없었고,
잘 포장된 말도 아니었다.

“농사는 제가 하고요.”
“가공이랑 제조도 제가 합니다.”

말씀하시는 분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딸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온라인 판매는 제가 도와요.”
“사진 찍고, 글 올리고, 문의 답하고요.”

그 장면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누가 주인공인지 나눌 필요 없이
각자가 자기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묵묵히 생산과 제조를 맡고,
딸은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하고 있었다.
서로를 대신하려 하지 않았고,
서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부스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게 바로
‘강한 소상공인’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함은
혼자서 모든 걸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역할을 나누고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힘이라는 것.

이 부스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고,
세대를 잇는 방식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앞으로도 계속 갈 수 있는 그림이 보였다.


요즘 많은 소상공인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버거워한다.
생산도, 판매도, 홍보도, 고객 응대도
모두 혼자 감당하다가
결국 지치고 만다.

하지만 이 부스에서는
그 부담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지금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는 팀처럼 보였다.


나는 그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 장면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더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나오며
이 장면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강한 소상공인이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이미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관계는
숫자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 부스는
내게 그 확신을 남겼다.

화, 목 연재
이전 03화2화. 아트홀 A1에서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