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나, 왜 등반을 할까?
1년 만이었다.
등산학교 동기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설렜다.
졸업 후, 서울에 사는 그들은 여전히 함께 모여 암벽등반도 하고 클라이밍도 한다.
그들은 실내 암장에서도 땀을 흘리고, 주말마다 산을 오른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뭐 했지?
내 발목을 잡은 건 멀리 사는 거리일까,
아니면 내 안에 쌓여가는 두려움일까?
어느새 우리는 BAC 아카데미 센터에 모여 있었다.
동기들의 얼굴은 반가웠지만,
그들의 능숙한 몸짓은 낯설었다.
“만경대? 초보 코스니까 가볍게 가자!”
동기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에게 만경대는 ‘초보 코스’가 아니었다.
작년에도 나는 그곳에서 두려움과 마주했다.
그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동기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엔 괜찮을까?”
마음속에서 불안이 차올랐다.
전날 밤, BAC 아카데미에서
실내 암장에서 동기들과 연습을 했다.
벽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점검하고,
손끝 감각을 다시 익혔다.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저녁을 먹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잠들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벽을 오르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발이 헛디딜 때마다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
누군가는 그 순간이 짜릿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두려운 순간들이다.
출발
일정을 리딩하는 동기 선등자가 말했다.
“오늘 루트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코스야. 작년과 다르니까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그제야 알았다.
작년과는 다른 코스.
낯선 길은 더 큰 두려움을 안겨줬다.
장비를 착용하고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앞에서는 동기들이 능숙하게 몸을 움직였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뒤에서는 다른 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가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럴수록 다리는 더 굳어갔다.
벼랑 끝에서
처음으로 옆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에 도착했다.
손을 뻗고, 발을 옮겨야 했다.
발끝은 떨리고, 손끝은 차가워졌다.
“할 수 있어.”
앞에서 선배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손이 내 발보다 무거웠다.
내가 실수하면, 선배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그때, 내 옆에 다가온 한 사람.
다른 산악회 대장인 듯한 분이었다.
“천천히, 한 발씩.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의 말은 마치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울 때,
“내가 잡고 있으니 걱정 말고 달려!”
라고 말해주던 엄마의 목소리처럼 따뜻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한 걸음.
벼랑 끝에서 벼랑 끝으로.
나를 지켜보는 그의 시선이,
나를 붙잡고 있는 밧줄이,
나를 이끌고 있는 동기들의 응원이,
그 순간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내려오는 길, 그리고 나의 생각
하산길에 올랐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 풍경들.
멀리 보이는 도심의 빌딩들,
발아래 펼쳐진 녹음의 숲.
벼랑 끝에서 느낀 두려움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동기들은 그동안 꾸준히 체력을 키워왔다고 했다.
어떤 이는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를 하고,
어떤 이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덤벨을 든다.
나는?
나는 여전히 초보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암벽등반을 포기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
암벽에 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
벼랑 끝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고요한 순간들.
그 순간이 두려움 속에서도 나를 이끌어준다.
둘,
함께하는 사람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건네는 격려,
떨리는 손을 잡아주는 손길,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말.
그들의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도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
다시 돌아온 나의 자리.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날의 두려움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서지 않기로 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시작할 것이다.
체력 훈련을 통해 내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실내 암장에 다시 등록할 것이다.
내가 멈추지 않는 한,
나의 발걸음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다음번 만경대에서는,
다음번 벼랑 끝에서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 자신을 더 믿고,
조금 더 당당하게 발을 내디뎌 보리라.
#등반 #암벽등반 #도전 #극복 #자기성장 #산을오르다 #BAC #만경대 #브런치에세이 #걷기여행 #나의이야기 #자연과함께 #walktaleke #삶의여정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