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잠시 멈춘 그 자리에 있었다 – 금정산에서
행복은 잠시 멈춘 그 자리에 있었다 – 금정산에서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 집 근처에는 백양산, 금정산 등 부산의 이름난 산들이 있다. 그중 금정산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인 고당봉(801m)을 품고 있다.
금정산은 부산광역시의 금정구·동래구·북구에 걸쳐 있으며, 내가 살고 있는 동래구에서 정상까지 가려면 남문, 동문, 북문을 거쳐야 한다. 정상까지는 보통 6~7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평소에는 남문이나 동문까지만 오르곤 했지만,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고당봉까지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고당봉은 내가 처음으로 ‘100대 명산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 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자연스레 이곳을 찾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오랜만에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9월의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연신 땀이 흘렀다. 몇 번이나 “그만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산에 나를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중간중간 간식과 커피를 나누어 먹었다. 제4망루대에서는 준비해 온 주먹밥을 꺼내어 점심을 해결하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다시 힘을 내어 걸음을 옮긴다. 산은 늘 그렇다. 힘들다 하면서도 결국 또 발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드디어 금정산 정상, 고당봉에 올랐다.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땀을 쏟아내게 했지만, 정상에 닿자 시원한 바람이 옷과 마음을 한꺼번에 식혀주었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도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평소 같으면 인증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외국인 여행객도 보였다. 금정산이 이제 세계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산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괜스레 반가웠다.
중국인 커플이 다가와 사진을 부탁했다. 나는 손짓 발짓하며 어디에서 찍으면 더 잘 나오는지 알려주었다. 그들은 웃으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작은 호의가 오가던 그 순간, 나 또한 따뜻해졌다.
이후 나는 정상 아래 바위틈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등산화를 벗고, 빨갛게 달아오른 발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동안 고생한 발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사는 게, 행복이라는 게 별거 있겠어? 이렇게 정상에 올라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잠시 쉴 수 있는 것, 그게 행복이지.”
그동안 나는 늘 해야 할 일, 이루어야 할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로 마음을 가득 채우며 멀리서만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오늘 금정산 정상에서 깨달았다.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잠시 멈추어 서고, 바람을 맞으며, 고요히 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
오늘 내가 찾은 나만의 금맥은 그것이었다.
산 정상에서의 고요함, 잠시 쉬어가는 그 시간이 곧 내 삶의 행복이라는 것.
금정산 TIP
위치 : 부산 금정구, 동래구, 북구와 경남 양산에 걸쳐 있음
최고봉 : 고당봉(801m)
특징 : 성곽길을 따라 오르면 역사와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바다까지 조망 가능
소요시간 : 코스에 따라 4~7시간 소요
추천 코스 : 가벼운 산행은 남문·동문 코스 / 긴 호흡을 원한다면 정상 고당봉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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