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라디오 Jay Radio Mar 17. 2022

[Radio] 막을 내리는 연극 공연

흥미롭습니다. 저는 이 연극이 끝나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안녕하세요. 여기 한편이 연극이 있습니다.


아 참! 제가 누구냐면 이곳 극단의 단장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아주 오랫동안 무대에 올리던 연극으로써, 햇수로 세어 보자면 20년이 다되도록 올렸던 이 연극이 대 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관객이랄 것이 딱이 없던 이 연극은 다소 심심하고, 주제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아주 오랫동안 맥을 이어왔습니다. 큰 히트도 없었지만 실재는 인정받는 정도였지요.


오늘 그 마지막 공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 남자가 커튼 뒤로 지나간다.)


아!  잠시!  저기! 저 남자입니다.


주연배우요!


그가 처음으로 이 공연의 주연을 맞았을 때가 16살 즈음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는 이 연극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저도 잠재성이 보였기에 이 무대에 그를 올렸습니다.   

그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어렴풋합니다.)


그때부터 그를 주인공으로 한 이 연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울기도 했습니다. 웃기도 했고요.

한때는 죽고 싶을 만큼 방황하기도 했고 사랑했습니다.  연극의 내용은 담백했습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그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 시즌 마지막에 서넛의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할 때였습니다.

한 관객이 연극의 중간에 쳤습니다. 민폐였고 메너가 참 없었습니다.


" 이 연극은 그만둬!"라고 말이죠.


정적이 흘렀고, 배우는 멍해했지만 어찌어찌 남은 20분의 공연은 이끌어 갔습니다.

분장실에서 멍하니 화장을 지우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그는 어느 날 나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


"뭘 그만둔다는 말이지?"


"이 연극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


앞서 제대로 된 (볼만한) 극은 아니라고 했지만 유일한 1인극입니다. 그런데 제 앞에선 주연배우는 이 극을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제 옷이 아닌 옷을 입고, 제 말투가 아닌 대사로 이야기하고, 제 걸음걸이가 아닌 걸음으로 걷는 이 연극을 그만두겠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날 처음으로 그의 나이를 물었습니다.


"서른다섯입니다."


오늘은 올해로 서른다섯 살이 된 이 배우의 마지막 공연입니다. 아쉽지만 그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그의 마지막 연극을 기쁜 마음으로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아 참!


저희 극단에서는 열다섯에서 열일곱 살 사이의 연극에 열정이 있는 배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배우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Radio]서운한 마음이 들면 살이 빠질 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