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라는 파괴자
퍼널은 견고해 보였다.
모든 마케팅 교과서, 모든 전략 프레젠테이션, 모든 보고서의 시작이었다.
인지 – 관심 – 고려 – 구매 – 충성.
그 구조는 매력적이었다. 설계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었으며, 성과로 환산할 수 있었다.
이 정제된 단계는 설계자에게는 편리했지만, 실제 고객은 이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광고는 도달했지만 고객은 반응하지 않았고, 브랜드는 콘텐츠를 쏟아냈지만 전환은 예고 없이 끊겼다.
나는 그 모든 실패 지점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욕구’였다.
그들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자극되지 않았을 뿐이다.
고객은 퍼널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의 감정 상태’로 브랜드를 만나고,
그 상태는 언제나 감정적이며, 불완전하며, 결핍되어 있다.
피곤한 저녁, 무의식 중에 음식 배너를 클릭한다
불안한 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린다
외로운 점심, ‘나도 이런 시간 보내고 싶다’는 감정에 공유를 누른다
고객은 논리적 전환이 아닌, 감정 기반 상태 전환을 겪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촉발하는 건 언제나 근본적 욕구다.
나는 퍼널 중심의 전략을 해체하고, 감정을 만드는 욕구의 구조에서부터 출발했다.
고객이 처한 결핍의 상태를 읽고, 그 상태를 흔드는 자극을 설계하며, 그 흐름에 따라 실행할 수 있는 전략 구조를 정립했다.
이 전략은 단계 대신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고객이 처한 감정의 순간을 진입점으로 삼고, 공감의 메시지를 던지고, 충족의 경험을 설계한다.
전략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돼야 한다.
나는 이 전략이 현장 실무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9단계 실행 프레임워크를 만들었고, 이 프레임워크는 현장에서 부딪히며 만들어낸 반응 기반 전략 설계 구조이다.
“고객은 왜 멈췄는가?”
전략의 시작은 ‘결핍’이다.
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감정의 정지 상태다.
고객은 어디서 피로를 느꼈는가? 어떤 상황에서 클릭을 거부했는가?
이 순간을 매슬로의 욕구 구조로 재해석하며 가설을 세운다.
“어디서 진짜 말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거대한 숫자가 아니라 작은 말의 뉘앙스에서 단서를 찾는다.
후기, 댓글, 커뮤니티, 인터뷰..
그 안에 있는 건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이다.
욕구는 빅데이터에서 사라지고,
스몰데이터에서 드러난다.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반복되는 표현을 감정 코드로 나눈다.
불안, 피로, 무기력, 소외감…
이 감정들을 다시 욕구의 차원으로 구조화하면 ‘고객은 지금 안전/존중/소속 욕구가 결핍된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어떤 말이 감정을 찌르는가?”
감정을 자극할 단어는 공감과 반응을 동시에 유도해야 한다.
“무너졌다”, “놓쳤다”, “망했다” 같은 감정의 레버를 뽑아낸다.
단어는 전략의 핀셋이다.
“콘텐츠는 어떤 흐름을 따라야 하는가?”
많은 콘텐츠는 정보는 가득한데, 반응은 없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감정의 흐름이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은 콘텐츠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느껴야’ 행동하고, ‘설득’이 아닌 ‘몰입’이 있어야 반응한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 구조를 시간이 아니라, 감정의 구간으로 설계한다.
3초: 자극 (경고, 불안, 반전) - 욕구 스파크
10초: 공감 (이야기, 공통 경험) - 락인
30초: 충족 (해결, 변화, 가능성) - 전
이제 컨텐츠는 정보의 배치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카피의 위치, 이미지의 시작, 표정의 순서까지 모두 고객의 욕구 흐름 위에 올라가야 한다.
“고객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는?”
긴박감, 희소성, 자기투사.
CTA가 아니라 감정의 스위치를 누른다.
고객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스스로 떠올리게 만든다.
“전략은 어떻게 실험되는가?”
단순 노출이 아니라, 감정의 반응률을 실험하는 구조로 배포한다.
스크롤 정지, 저장, 공유, 댓글 등 모두 ‘감정이 흔들린 흔적’이다.
“무엇이 작동했고, 왜 그랬는가?”
컨텐츠를 만든 사람은 종종 “카피가 약했나?”만 본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진입 욕구의 오류일 수 있다.
고객은 “그 말”이 아니라 “그 순간”이 불편했을 수 있다.
“이 전략은 반복 가능한가?”
감정 흐름을 복기하고, 다시 욕구에서 시작한다.
실패는 감정 흐름이 막힌 지점이며, 성공은 욕구 충족의 증거다.
우리는 이제, 퍼널이라는 지도의 가장자리에 도달했고, 그 한계를 매일 느끼고 있다.
고객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감정을 촉발하는 건 언제나 욕구라는 파괴자다.
9단계 프레임워크는 그 욕구를 전략으로 바꾸기 위한 구조다.
다음 글에서는 이 전략을 위한 실행용 전략 캔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