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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퍼널의 빈자리

실행을 위한 캔버스

by Funnelless

앞서 반복해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퍼널은 고객의 감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고기가 없는 망망대해에 그물을 펼쳐두고, 언젠가 누군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전략에 가깝다. 고객은 그런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지금의 대중은 자기 감정과 욕구의 흐름으로 움직이며, 그 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는 경로는 무한히 확장되어 있다. 광고, 콘텐츠, 검색, 커뮤니티, 실시간 피드백. 우리는 이 경로들을 단지 '노출 채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경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되,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목적을 두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어떻게’를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 ‘욕구 기반 전략 캔버스’를 소개한다.


왜 전략은 ‘그림’이 되어야 하는가

전략은 말로 설명될 수 없다. 특히 감정과 욕구를 기반으로 한 전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에게나 감정은 다르게 해석되고, 욕구는 상황에 따라 변주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전략을 구조화된 ‘시각적 형태’로 설계해야 한다. 팀원에게 공유하고,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클라이언트에게 설득할 수 있는 형태로.

퍼널이 제공했던 선형 흐름의 시각화가 무너진 지금, 우리는 감정의 흐름과 욕구의 연결로 이루어진 새로운 비선형 전략 지도가 필요하다.


욕구 기반 전략 캔버스의 구조

이 전략 캔버스는 고객의 '욕구 흐름'을 따라가며 콘텐츠 전략을 구성하기 위한 설계 도구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고객은 지금 어떤 감정의 상태이며, 우리는 그 감정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여섯 개의 블록으로 구성된다:

1) 욕구 감지 (Need Detection)

고객은 지금 어떤 감정에 머물러 있는가?

어떤 결핍이 이 감정 상태를 만들었는가?

이 결핍은 매슬로의 욕구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2) 감정 트리거 (Emotion Spark)

이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문장은?

어떤 단어나 비유가 감정적 울림을 만들 수 있는가?


3) 공감 앵커 (Empathy Anchor)

고객이 ‘이건 내 얘기야’라고 느낄 수 있는 연결점은?

브랜드가 그 감정을 얼마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4) 욕구 스위치 (Need Switch)

결핍된 감정은 어떤 메시지나 경험을 통해 충족되는가?

전환 이후 고객이 느낄 변화는 무엇인가?


5) 행동 트리거 (Action Trigger)

고객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은?

타이밍, 희소성, 리추얼 설계 등 무엇이 움직임을 유도하는가?


6) 피드백 루프 (Feedback Loop)

어떤 지점에서 감정 흐름이 끊겼는가?

테스트와 데이터는 어떤 감정 요소가 더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가?


전략 캔버스 예시 테이블

1. 욕구 감지 : 지금 고객이 결핍된 감정은? (예: 피로, 소외감)

2. 감정 트리거 : 그 감정을 건드릴 말은? (예: 지쳤지? 혼자라고 느껴질 때)

3. 공감 앵커 : 어떤 문장이 '나 같다' 라고 느끼게 하는가? (예: 오늘도 나는 습관처럼 출근한다)

4. 욕구 스위치 : 어떻게 감정을 바꿀 것인가?(예: 오늘은 나를 위해 움직여요)

5. 행동 트리거 : 고객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까?(예: 오늘 단 하루, 나를 바꾸는 시작)

6. 피드백 루프 :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데이터 분석을 통한 결정)


왜 이 캔버스가 필요한가

전략은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텍스트나 슬라이드 몇 장으로는 고객의 감정을 설계할 수 없다. 우리는 욕구라는 보이지 않는 지형을 이해하고, 그것을 전략의 언어로 시각화해야 한다.

이 전략 캔버스는 퍼널이 아닌 욕구의 지형도를 그리는 도구다. 감정에서 출발해 공감으로 흐르고, 충족을 거쳐 행동으로 이어지는 이 비선형 흐름을 누구나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다음 글에서는 이전의 유명 캠페인을 욕구 기반의 해석과 퍼널 기반의 해석으로 접근법을 분석해보고, 실제로 욕구가 캠페인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캠페인부터 함께 실험해보기 위해 욕구 기반의 가설수립과 트리거 설정의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의 베타버전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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