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로버트 저매키스가 감독을 했고, 덴젤 워싱턴 주연의 2021년 영화인 플라이트(Flight)를 보셨나요? 알래스카 항공 261편 추락사고에서 배면비행 장면을 모티브로 따온 영화로 극 중 천재적인 조종 실력을 가지고 있던 조종사 휘태커(덴젤 워싱턴)는 평소처럼 비행기를 조종하던 중에 발생한 추락사고에서 신기에 가까운 조종으로 102명의 탑승객 중 96명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비행기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땅에 충돌하기 직전에 비행기를 돌려 착륙시킬 수 있었던 명실상부 미국의 새로운 국민영웅이 된 휘태커였지만, 본인만은 언론을 피하는 행동을 이어만 갑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사실 조종사 휘태커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을 가지고 있었고, 비행 며칠 전부터 비행을 하러 가는 순간까지도 술과 마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비행 중에도 미니어처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어서 마시기까지 했습니다. 비행기의 고장과 추락은 휘태커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비행 도중에 음주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고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당일 까지도 술과 마약에 취한 휘테커는 청문회에서 음주 여부와 기체의 추락 상황이나 대응방법에 대해 이어진 질문에 무리 없이 대답하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비행 중 쓰레기통에서 나온 빈병의 보드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휘태커는 여러 번의 망설임 끝에 자신의 음주 사실을 모두 자백합니다.
이처럼 탁월한 조종 실력으로 승객을 구한 휘태커의 성과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업무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탁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성과(performance)란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직원의 행동들이 주는 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성과와 관련이 있는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점심시간 중에 직원이 친구와 통화를 하는 것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크게 관련이 없는 행동일 것입니다. 하지만 직원이 거래처와의 협상 중에 통화를 하는 것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정적인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직원의 성과와 연관이 있는 행동인 것입니다.
성과를 분류해 보면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업무성과와 시민행동이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저해행동이 있습니다.
업무성과(task performance)는 조직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직원의 모든 행동들을 포함합니다. 업무성과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활동들은 회사나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하는 일인지, 변화나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사항인지, 새로운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보통 규칙적으로 혹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일들에 수행하는 것을 일상적 업무성과(routine task performance)라고 합니다. 회계팀에서 월말이 다가오면 회사의 손익을 마감하거나 분기별로 세금 관련된 업무를 신고하는 것처럼 각 조직이나 팀에서 때가 되면 해야 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와는 다르게 적응적 업무성과(adaptive task performance)는 일상적이지 않거나, 예측 불가능한 업무 또는 돌발적인 업무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현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사고가 시작된 것은 도호쿠 지방에 일본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약 15m에 달하는 쓰나미가 원전을 덮친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지진을 감지한 원자로는 비상발전체계가 작동됐지만 15m에 달하는 쓰나미는 원전 앞을 가로막고 있는 5m 높이의 방파제를 넘어 원전을 덮쳤고, 1~4호기 원자로 지하가 침수됐습니다. 냉각수 공급이 끊겨 노심의 온도가 시시각각 계속 올라갔고 결국 원자로 3기의 노심이 녹기 시작했고 격납용기 내부압력이 꾸준히 상승하다 수소 폭발로 인해 원전 건물 4개가 손상되며 일대가 방사능으로 오염됐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원자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던 것에서 비상상황 대처 절차를 통해 사고를 막는 훈련을 받았겠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 같은 행동들을 효과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슈에 적응하는 행동들은 세계화, 과학기술의 발달 및 모호한 환경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조적 업무성과(creative task performance)란 개인이 참신한 아이디어나 색다르고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중반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던 애플은 1997년 스티브 잡스가 회사로 복귀한 후 2000년대 중반부터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새로운 제품들이 연속적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급성장하였습니다. 2005년 약 21조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22년도에 500조에 이르게 되며, 2023년 기준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창의적인 업무성과라는 것이 예술가나 발명가들에게만 해당한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 일반 회사에서도 이에 대한 강조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엉망이 되어 있는 서고를 나서서 정리하거나, 업무가 몰린 다른 동료들을 도와주며 종종 직무에 명시되지 않은 행동들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각 개인의 직무에는 포함되지 않는 행동이므로 업무성과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하기도 바쁜데 쓸 때 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반대로 생각하시나요?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들은 비록 보상이 되지 않는다 해도 조직의 역량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성과의 두 번째 측면인 시민행동(citizenship behavior)입니다. 여러분의 팀에는 유독 다른 동료들을 돕는 것에 열정적인 직원이 있지 않나요? 이런 대인관계적인 시민행동(interpersonal citizenship behavior)들은 자기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이익을 주고, 호의를 베풀며, 존중하고 지지하면 주어진 범위 이상의 일을 해내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팀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사실 팀워크라고 하는 것에 해당하는 행동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이런 시민행동에 해당하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지지나 호의를 조직관점으로 옮기게 되면 업무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조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회사에 많은 혜택을 줍니다. 예를 들어 조직에 건설적인 제안을 하거나, 회사의 공지 내용이나 회사와 관련된 뉴스를 꾸준하게 찾아보는 등 회사 밖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모습 또한 조직차원의 시민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과를 분류해 보면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업무성과와 시민행동이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저해행동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해행동은 조직의 목표달성에 방해가 되는 의도적인 행동들을 말합니다.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행동에는 다양한 행동들이 있지만 기물을 파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거나, 동료들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는 정치적 방해 또는 적대적으로 행동을 하는 인신공격이 포함됩니다.
회사의 장비, 소유물, 그리고 제품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행동을 사보타지라고 합니다. 오래전이지만 1979년 레이저 디스크를 제작하는 MCA가 IBM과 합병을 했을 때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생산성을 저해하는 행동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청결이 중요한 제작 공정을 방해하기 위해 청결도 측정 기계를 망가뜨리고, 제작 현장에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생산된 레이저 디스크의 약 90%가 품질 불량이 생기게 했고, 고객을 잃었으며 결국 레이저 디스크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보타지 이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무례함을 경험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의 98%가 모욕, 방해, 무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례함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요즘에도 약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례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건설, 식품 서비스, 금융, 기술, 스타트업과 같이 남성 비율이 높은 특정 상황에서 무례함이나 모욕은 조직의 분위기나 업의 특성상 종종 넘어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과 신입직원들이 남성과 기존직원보다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합니다. 또한, 동료의 무례한 행동을 보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믿는 직원은 다른 동료들에게 험담을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런 무례함의 저해행동이 판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더들이 관리를 해야 합니다.
리더가 팀에서 긍정적인 행동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제시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특히, 리더는 회사 및 팀의 규범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리더가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공허한 구호처럼 들릴 것입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맡은 업무를 훌륭히 해는 것이 기본 가장 기본적이지만 이와 더불어 직원들이 그들의 동료, 혹은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또한 조직의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행동을 삼갔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따라서 리더의 목표는 업무성과에만 집찯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행동을 하는 직원과 저해행동을 하지 않는 직원들을 보유하고 유지하며 함께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