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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개인, 합의는 팀의 영역이다

by 팀픽서 Teamfixer

월요일 아침 8시 30분, 김팀장의 메시지가 팀 채팅방에 올라왔다. "주간회의 9시 시작입니다. 모두 준비해 주세요."

박과장은 어젯밤 야근으로 지쳐 9시 5분에 회의실에 들어섰다. 회의는 이미 시작됐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던 김 팀장이 박과장을 향해 묻는다.

"A 기획안 진행 상황은 어때?"

"네, 60% 정도 진행됐습니다. 주말쯤 에는 마무리하겠습니다."

김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박과장은 약속을 했고, 김팀장은 이를 수락한 것처럼 보였다.

목요일 오후, 김팀장은 A파트 진행상황을 확인하러 박과장의 자리를 찾았다.

"A 기획안은 마무리됐어? 오늘까지 마무리된다고 했지?"

박과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오늘까지라고 했나요? 주말까지라고 말씀드렸고, 내일까지 완성하려고 했는데요..."

"내일 완성된다고? 나는 목요일까지는 완성될 줄 알았어. 금요일에 정리해서 월요일에는 발표를 해야 하는데, 큰 일 났네."

박과장의 '주말까지'와 김팀장의 '주말까지'는 완전히 다른 의미였다. 둘은 서로 다른 약속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박과장은 주말 내내 회사에 나와 작업을 마무리했고, 김 팀장은 예정에 없던 주말 출근으로 기획안을 완성했다. 두 사람 모두 불만을 품은 채 월요일을 맞이했다.

이 짧은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약속'과 '합의'의 차이를 분명히 볼 수 있다.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협업은 '합의'에서 시작된다.




약속은 개인, 합의는 팀의 영역이다

"금요일까지 끝내겠습니다"와 "금요일까지 끝내기로 했습니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약속'과 '합의'를 혼용한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다르다. 약속은 일방적 의지 표현이지만, 합의는 상호 조율의 결과물이다. 이 차이는 팀워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속은 개인의 의지 표현이다. "내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겠습니다"라는 말은 한 사람의 계획과 의지를 보여준다. 반면 합의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한 결과다. "내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고, 팀장님은 목요일까지 검토하기로 했습니다"는 쌍방향 소통의 결과물이다.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은 "성공적인 팀은 명확한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인다"라고 강조한다. 약속은 불확실성을 내포하지만, 합의는 이를 최소화한다. 합의는 업무에 관계된 사람들이 같은 그림을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는 특히 이 차이가 중요하다. “알면서 뭘 일일이 물어보고 그래?” 이와 같은 암묵적 약속이 많으며, 이로 인한 오해와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약속보다 합의를 명확히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약속 중심 문화 vs 합의 중심 문화

약속 중심 문화에서는 지시와 이행이 주를 이룬다. 팀 리더가 방향을 정하고 팀원들은 이를 따른다. 이 문화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팀원들의 진정한 동의가 없어 실행력이 떨어진다.


약속 중심 문화에서는 표면적 합의와 실제 의견 사이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팀장님이 말한 것에 대해서 알긴 알겠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 겉으로는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불만이 쌓인다. 불만은 결국 서로의 갈등으로 번지게 된다. 이런 문화에서 회의를 하면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회의가 끝나면 뒤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반면 합의 중심 문화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지만, 일단 결정되면 실행력이 강하다.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팀의 결정에 더 강한 몰입과 책임감을 갖는다.


합의 문화로 전환할 때 초기에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워크와 성과가 개선된다. 합의 문화는 단기적 비효율성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성과를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느리게 갈 수도 있지만 결국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



합의를 만드는 방법

합의 중심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상적인 대화 방식만 조금 바꿔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첫째, '확인 질문'을 습관화하라. "그럼 이 부분은 당신이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와 같은 질문은 암묵적 가정을 명시적 합의로 바꾼다. 확인 질문은 오해의 가능성을 70% 이상 줄인다고 했다.


둘째, '합의 점검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라. 팀 미팅의 마지막에 "오늘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라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합의 점검 과정을 거친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목표 달성률이 23% 높았다.


셋째, 중요한 합의는 문서화하라. 구두 합의는 기억 왜곡에 취약하다. 일일이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이 조직문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회의록,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합의 내용을 기록하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때 이렇게 하기로 했잖아”라는 쓸모없는 논쟁을 피할 수 있다.


진정한 합의는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리더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합의의 힘

약속에서 합의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말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는 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약속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합의는 팀의 영역이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종종 분명한 합의에 달려있다. 일방적인 약속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중도 이탈자가 생기거나 방향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명확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는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추진력을 유지한다. 오래전 필자가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PM이 제일 처음 멤버들과 함께 정한 것 중에 하나가 문서 파일 제목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합의하는 일이었다.


모든 소통이 합의가 될 필요는 없다. 일상적인 업무는 약속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팀과 개인의 목표 설정, 중요한 의사결정, 프로젝트, 역할 분담 등은 반드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 투자한 시간은 나중에 발생할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데 들어갈 시간보다 훨씬 적다. 합의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한 번의 명확한 합의가 열 번의 일방적 약속보다 강력하다. 팀의 성과를 높이고 구성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열쇠는 바로 이 '합의'에 있다. 내일부터 약속이 아닌 합의를 시작해 보자. 그것이 팀을 평범한 팀에서 탁월함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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