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인스타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로 답변 받은 두 번째 단어

by 이재동

유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에 수반되는 웃음 또한 다양하다. 박장대소부터 조소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다르게 웃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몇 권 몇 페이지에서 나왔는지 상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책에서는 웃음이 나오는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던 것 같다.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수반되었을 때,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어딘가에 농담을 만들고 있는 단체가 있겠지 않겠냐는 상상(웹툰 작가 기안84는 야후 코리아 시절, <기안84 단편선>에서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적 있다. 농담을 술게임으로 치환한 점이 달랐다)에서 책의 주된 내용 또한 만들어진다.


소설을 쓰며 베르나르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겠으나, 웃음에 대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그 목적도 잘 모르겠다. 인간은 왜 웃는가? 모든 작용엔 이유가 있을 터인데. 게다가 웃음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말이나 행동을 겪게 되더라도 항상 웃음이 나오진 않는다. 또한 실소, 조소와 냉소는 어떻게 봐야 좋을지 모르겠다. 무안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넘기기 위해, 즉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후천적으로 터득했다고 생각하고는 있으나 이 역시 짐작에 불과하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웃음을 검색해 보면 여러 가지 '설'만 존재한다. 많은 학자들도 웃음을 완전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 고등학교 생활에 깝죽거림을 빼면 남은 기억이 별로 없는 삶을 살아온 나에겐, 선생님들의 체벌(수업 도중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유머를 던져야 웃길 수 있으므로, 소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죄목으로 수없이 맞았다. 김영조 선생님, 제 발바닥은 당신을 기억합니다)로부터 체득한 나름의 '웃음조건'이 있다. 하기한 조건 몇 가지를 만족하는 발언은 유머로서 평가받았다. 기준은 머릿속에만 어렴풋이 들어있던 건데, 내 나름 웃음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다섯가지 정도 적어본다.


첫째, 분위기를 잘 읽어야 한다. 제아무리 웃긴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때에 따라서는 연장자에게도 무례하지 않을 수준으로 건드릴 용기도 필요하다. 잘못하다가는 '이거 참 웃기는 놈일세'의 반어법 형태의 인간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


둘째,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재미있는 사람들은 두뇌회전이 빠르다. 적재적소에 발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글이 유리할 수 있다. 작가가 의도한 타이밍에 유머가 치고 들어온다.


셋째,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감대가 있는 편이 그렇지 않은 편보다 더 웃기기 쉽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웃을 수야 있지만, 알고 웃었을 때와 웃음의 질이 다르다. 상대의 지적 수준이나 관심분야 등 여러 항복에 대한 이해를 수반한다면 완벽한 웃음의 정도(正道)를 밟는다고 할 수 있겠다. 사석에서는 그렇게 웃기다는 개그맨들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죽을 쑤는 이유다.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는 미지의 대상을 향한 발언! 분장 같은 원초적 장치가 최소 '평타는 치는' 이유는 관객과 나와의 교집합이 필요없는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예상치 못해야 한다. '진짜 웃긴 이야기 하나 해 줄게'로 시작한 썰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웃기길래 이렇게까지 이야기할까? 한껏 높아진 기대는 '웃긴 이야기'를 그저 그런 상황처럼 들리게 만든다. 지루하지도 않고 용두사미형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였는데도. 뭐든지 기대치를 깨부수기란 힘들다


마지막, 철면피를 깔아야 한다. 항상 웃길 순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 항상 재미없는 사람도 없다. 자신감을 가지자! 우리는 투수가 아닌 타자의 마인드로 임해야 한다. 100구 중 30구를 얻어맞는 투수는 형편없다고 평가받는다. 타자는 어떠한가?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3할 타자'라는 단어는 안다. 100구 중 30구만 때려내도 리그 수준급 타자라는 인식을 받고, 대략 500타석 중 30개의 홈런을 치는 타자는 '초강타자'로 군림한다. 4할 타자는 그야말로 전설 속 동물 같은 존재. 그러니 명심하자. 우리는 타자다.


주절주절 써 보았지만, 사실 왜 웃는지 몰라도 살아가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시 읽어보니 왜 웃는지 감도 전혀 오지 않고. 아는 게 힘이긴 한데,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다. 그래, 아무렴 어떤가. 웃어서 좋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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