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쟁이들에게 고함
저 녀석이 뱉는 말은 분명 훈수 같은데 어딘가 뜨끔하고, 나의 조언 뒤엔 따가운 눈초리뿐이다. 분명 너 잘되라고 해준 말이었는데 왜 난 어느새 꼰대가 되어 있었을까? 왜긴, 그 친구의 훈수는 사실 조언이고, 내가 뱉은 말은 훈수여서 그렇다. 훈수 대범람 속에서 조언의 방주를 만나기란 쉽지 않겠지만 살아남고 싶다면 찾아가야만 한다. 어르신들 말씀이 곧 진리요 법이요 하는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으니 이제는 말을 좀 가려서 하자.
안전운전과 난폭운전, 이렇게 비유해보고 싶다. 말 안 해도 뭐가 뭔진 아시리라 믿는다. 차선 변경할 때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가장 먼저 “깜빡이”를 넣는다. 이어서 변경할 차선의 앞차와 뒷차 간의 안전거리가 확보되기를 기다린다. 뒷차의 양해가 필요한 시점. 무턱대고 대가리를 들이밀다간 곧장 크락션과 욕설 세례를 받기 마련이다. 세례명은 무슨 새끼쯤일 건데, 아무튼 조언과 훈수의 경계선은 그쯤에 있다. 상대방의 동의 후에 내 의견을 제시하자. 받아줄 준비도 안 됐는데 끼어드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
누구를 위하느냐도 구분점이 된다. 상대방을 위한 마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조언은 나온다. 지극히 이타적인 언행이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가깝다. 박물관 팸플릿에는 관람 추천 코스가 적혀있지만, 꼭 그대로 돌아볼 필요는 없다. ‘네가 이렇게 구경하면 더 좋을 거야’의 마음으로 시작된 가이드라인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있다. 반면 훈수는 그저 지식 자랑, 아는 체에 불과하다. 탑골공원 장기판에서 훈수가 절대 금기인 이유가 무엇인가? 누구도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짜낸 최선의 수를 박탈하고, 그것을 깨부술 기회 또한 앗아간다. 다음 수가 정해져 있는 장기는 아무도 두고 싶지 않다. 결국 ‘나 잘났어요’밖에 되지 않는, 내가 옳기만 하면 그만인, 아주 자기중심적 발언이다.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 따라서도 갈린다. 꽉 막힌 사람에겐 그 어떤 조언도 훈수처럼 들릴 것이며, 무한 긍정 마인드를 지닌 사람은 훈수도 조언처럼 여기고 결국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 둘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닌 만큼 공략도 명확하다. 말에 포인트가 있는 사람 성대모사가 더 쉽지 않은가? 전자의 경우는 방치하면 된다. 듣지 않는 녀석에게 굳이 내 에너지를 쏟지 말자. 벽창호 대부분은 직접 당해보기 전까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다. 긍정맨은 매우 간단하다. 방목해도 알아서 잘 골라 먹으니 평소처럼 대해 주자.
몇몇 비유를 들어가며 차이점을 비교해 보았지만,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과 항상 달콤하진 않다는 점 등 조언과 훈수는 서로 닮아있어 구분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니 나라도 잘 처신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앗, 이것도 훈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