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서른이야?

뭐 해 먹고 살지?

by 이재동

제 주변엔 이제 막 30살이 됐거나, 곧 30살이 될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어린 저도 어느새 29살이 됐거든요. 이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한탄이 들려옵니다. 30살이 되었는데 뭐했나? 앞으로 뭘 해야 하나? 2021년은 왜 이리 빨리도 흐르는가? 물론 저보다 어른이신 분들이 보기엔 그저 귀여울 뿐이지만, 제 나이 때에는 제법 무거운 일입니다.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뀐다는 것이요. 그렇잖아요, 돌아보면 별것도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진지했던 고민거리들이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 시절엔 무슨 과자를 골라야 할까 ㅡ물론 지금도 그렇지만ㅡ ,의무교육 시절엔 어떻게 하면 두발 단속을 피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엔 무슨 핑계로 야자를 뺄까, 같은 거 말이에요.


예전 무한도전 방영분에는 <YES or NO 인생극장>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정형돈 씨는 짜장면 먹으러 마라도까지 갔는데도 못 먹는 사태로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웃었지만 메시지 자체는 꽤 강렬합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선택이란 게 실로 무섭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렇고요. 어릴 때의 선택이야 무슨 과자 먹을지 고르는 정도였겠지만 지금은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 골라야 하거든요. 선택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만 갑니다. 예전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인간이 지금의 나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이번 선택만큼은 잘해야만 한다는 압박감도 오지요. 고민의 깊이도 더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맨날 입에 벌써 30이야?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되는 거예요. 너 아직 젊어!라는 말도 별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의 나는 여태까지의 나 중에서 제일 늙다리거든요. 지금보다 늙어본 적이 없는데요. 일단 뭐라도 해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쨌든 고민 중에서 선택을 했다는 뜻이잖아요. 실천하면 그에 따른 경험치가 쌓입니다. 미뤄두면 선택하기 위해 할 고민의 깊이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남는 거예요. 불혹이 되어서도, 지천명에 가까워져도 이팔청춘 같은 깊이로 고민을 하면 옳은 방향으로 가겠습니까? 아디다스가 불가능은 없다고 하긴 했지만 전망이 썩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경쟁사 나이키는 뭐라 했습니까. 일단 해보라고 하죠? 두 회사 시총 비교해보면 누가 더 맞는 말 했는지 나올 겁니다. 아무튼 실패했든 성공했든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자신만의 빅데이터가 되는 거예요. 어릴 때가 선택 기능사 정도였다면 나중에는 선택 명장이 됩니다. 백수인 제가 하긴 좀 그런 말이지만요.


근데 이것도 잘못 흘러가면 큰일 나요. 나이 드신 분들 설득하기 어렵고, 그분들이 왜 라떼 타령을 할까요? 저는 이렇게 봅니다. 여태 살아오면서 선택해온 것들의 결정체가 나인데, 나랑 다른 행동을 하는데, 그게 좋아 보이겠습니까? 좀 과장해서 말하면 라떼맨들에게 반기를 드는 건, 그들의 인생을 부정하는 일이에요. 정말 옳은 선택만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분 말을 들어야겠죠. 물론 그렇게 완전무결에 가까운 사람은 예수, 부처, 알라같이 각종 종교에서 힘깨나 쓰시는 분들 정도밖에 없습니다(만희쓰 경영쓰 제외). 보통 지혜라고 일컫는 건 그런 분들의 선택입니다. 대부분의 라떼 타령은 아집이라고 합니다. 꼰대 소리 듣기 싫으면 선택 잘해야겠죠?


자, 다시 돌아와서요. (곧) 30살인데 뭐했냐, 뭐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는 과거의 선택에 관한 통찰이요, 후자는 미래의 선택에 관한 고민이거든요. 돌아보니 별것 아니였다고 하기엔 쫌 버겁습디다. 어느새 대충 고민의 무게를 체감하는 나이까지 먹어버렸는걸요,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한 게 없는데, 벚꽃은 벌써 지고 있죠. 너희 때는 다 그런 거야~는 아프니까 청춘 같은 소리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저도 멋지게 딱 답을 말하고 싶은데요, 못 해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아직 29살배기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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