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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Aug 09. 2021

[신사] 컨플릭트 스토어 Conflict Store

비싼데 안 비싸

방문일자 : 2021. 07. 22

마신 것

에콰도르 라 플로리다 옥션 랏 6 워시드 카보닉 메서레이션 - Roasted by Glitch Coffee Roasters

온두라스 까바예로 게이샤 - Roasted by Tim Wendelboe




최근에는 이름만 ‘쉬는 날의 한량짓’이었던 카페투어였습니다. 한량 시리즈를 처음 쓰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대학과 알바를 병행하며 쉬는 날 짬 날 때마다 카페를 다닌 걸 올렸었어요. 그러다 졸업을 하고 일 좀 하다 다시 백수가 됐지만 여전히 ‘쉬는 날의 한랑짓’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려니 괜히 혼자 민망했습디다. 이제는 다시 일을 하게 되어서 양심에 찔리진 않게 됐네요.


최근에는 잘 안 썼습니다. 취직해서 바쁘다는 핑계는 정말 핑계구요. 코시국이 장기화되어 멀쩡한 카페들마저도 폐업하니 마땅히 새로 갈 카페가 없더라구요. 살아남은 곳들도 사실 그닥 끌리지 않았습니다. 컨셉이야 재밌는 곳 종종 있었지만 결국엔 다들 비슷한 원두 쓰니 굳이 멀리까지 가기가 귀찮았어요. 그리하야 오랜만에 컨플릭트 스토어를 찾았어요.


거짓말은 할 수 없습니다. 커피는 비쌉니다. 하지만 국내와 해외에서 엄선한 커피들을 한 자리에서 마실 수 있다는 걸 계산에 넣으면 그리 고가는 아닙니다. 이 날 마신 커피는 각각 일본과 노르웨이에서 볶은 건데요. 직접 가서 마시려면..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추천을 받아 글리치의 에콰도르를 주문했습니다. 무더위지만 카페는 에어컨을 틀어주니 따듯하게 마셔도 괜찮겠죠. 아이스 커피 저도 무척 좋아하지만 이 정도 되는 원두는 따듯한 커피가 더 좋습니다. 따듯할 때만 뿜는 향을 포기하기엔 아쉬운 거죠. 바질과 약간의 동남아풍 허브들 그리고 깔끔한 맛이 났습니다. 라 카브라의 수단 루메 워시드와 비슷한 뉘앙스였지만 좀 더 바질의 향미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개성이 강해 좋았습니다.


Ecuador La Florida Auction Lot 6 Washed Carbonic Maceration


팀 윈들보(사람 이름이자 브랜드 이름입니다)의 온두라스 까바예로 게이샤를 두 번째로 마셨습니다. 사정상 테이크아웃을 했고 바로 마시진 못했어요. 약간 식은 상태에서 첫 모금을 입에 머금어봅니다. 와우. 귤과 자스민의 향미가 강렬하게 연구개와 코를 폭격합니다. 엄청나게 달아서 맛과 향이 함께 가는 느낌이었어요. 더 식었을 때 단맛이 꿀처럼 느껴졌지만 약간 지저분해지면서 우디한 뉘앙스로 빠지는 건 아쉬웠어요. 맛있는 건 여전했지만요. 오랜만에 마신 윈들보의 커피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신사에 많은 카페가 있습니다. 좋은 곳들 많지만 확실하게 다른 맛을 느껴보시려면 컨플릭트 스토어, 한 번은 가보셔도 좋습니다. 아, 팀 윈들보 공식 디스트리뷰터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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