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동 Nov 20. 2021

2021 서울카페쇼

작년에 왔던 커친놈 죽지도 않고 돌아왔네

16~18 목걸이는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


11월 둘~셋째 주쯤의 큰 행사. 대부분은 수능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카페쇼부터 생각난다. 2016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 중이다. 올해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번 목금토일에 열렸던 카페쇼가 수목금토로 바뀌었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퍼블릭 데이에 입장했다. 그전까지는 대학생, 백수, 반 프리랜서였어서 항상 첫날 비즈니스 데이에 갔다. 이제 나도 어엿한 9-6 직장인이 되어버맀다. 좋았던 시절이 완전 꿈결만 같다. 수요일은 좀 바빴던 날이라 연차를 쓰기가 좀 그랬다. 목요일은 외근 다녀왔다. 피치 못한 선택, 토요일인 것이다.



‘매번 가는 카페쇼 다 똑같지’라는 마인드였지만, 사실 항상 달라진다. 구성적으로는 커피엘리 부스가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로컬 카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찬스. 다만 가서 먹는 만큼의 퀄리티는 잘 안 나온다. 해당 지역의 물에 맞추어 설계한 원두이기 때문에 다른 맛이 날 수도 있다. 인체보다 물의 비중이 높은게 커피다. 물 속에 녹아있는 무기물질들이 커피의 향미를 발현하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물만 따로 먹으면 구분 못할지라도, 서로 다른 물로 내린 커피를 비교해서 마시면 확실히 다른 맛이 날 정도로 물은 중요하다. 뭐, 매년 참가하는 업체가 물 탓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큰 기대엔 큰 실망이 따를 수 있으니 너무 기대는 마시라.



들고 나오는 커피는 비싼 거 위주에서 좀 더 일반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게이샤 박람회에서 프로세싱 박람회로 넘어간 분위기. 카페쇼 처음 갔던 2016년만 해도 너도 나도 ‘우리 파나마 게이샤 맛보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게이샤는 대중에게 설득력이 없다. 일반인들(편의상 일반인이지, 머글 그런 의미는 아니다)한테 게이샤 먹여줘 봐라. 무슨 소리 들을까. 나는 대충 상상이 간다. 공감 못할 노트를 들이밀면서 ‘좋은 커피’ ‘비싼 커피’라고 주장하는데 지갑을 열고 싶을까. 지금은 大 무산소 시대다. 리치면 리치, 청사과면 청사과. 센서리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 즉 일반인이라도 느낄 수 있는 맛이 나는 커피를 제공하니 먹힌다. 기억하기도 쉽다. 게이샤 보고는 ‘그.. 그 신 커피 있잖아..!’ 정도겠지만 엘 파라이소 리치 먹이면 ‘리치 맛 나는 커피!’라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커피에서 과일 맛 나는 게 신기하다고 지갑을 여는 사람을 이번 카페쇼에서 참 많이 봤다. 무산소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쉽긴 했다. 전부 뉘앙스 비슷한 콩 들고 나오니까. 쩝.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다


무산소나 배럴 에이지드 같은 새로운 프로세싱은 다소 좋지 못한 퀄리티의 커피 체리(다 구리다는 것은 아님)라도 일정 부분 덮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품질 균일화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발효취나 텁텁한 후미 같은 건 개인의 취향에서 갈릴 문제라 제외. 게다가 처음 등장했던 무산소 발효 커피가 과발효된 시나몬 맛이 났다면, 지금은 적정 수준으로만 발효해 장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프로세싱 스킬이 발전했다. 다만 스페셜티 커피의 지향점 중 하나가 추적가능성인 만큼 가향인지 아닌지 명백히 밝혀 차이를 둘 필요는 있다. 안 그러면 누가 농장 관리 열심히 해서 맛있는 커피체리 키워내려고 하겠나. 그냥 향 입혀버리면 그만인 것을. 누가 열심히 블렌딩 짜겠나. 그냥 향 입힌 생두 사용해놓고 가향 안 했다 하면 되는 것을. 가향했다고 뭐라 할 사람 없다. 논쟁할만한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스페셜티의 기본 가치를 원할 뿐이다.



+ 카페쇼 처음 가는 분들을 위한 TIP

1. 공짜라고 다 받아먹다간 정말 위에 구멍 난다. "조금만 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적당히 먹고 버려야 한다. 미안해하지 마라. 카페쇼 참관하는 업체 분들도 앞으로 펼쳐질 카페인 대탐험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다 이해해주신다.


2. 절대 공복으로 가면 안 된다. 정말 위에 구멍 난다. 나는 근처 '비야 게레로'를 추천한다. 차원이 다른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토요일에는 특별 메뉴 두 가지도 준비되니 참고하시라.


3. 물 많이 마시자. 정말 위에 구멍 난다. 카페인 빨리 빼내야 되니까 계속 물 마셔서 화장실 자주 가라.


4. 한정메뉴들이 준비된 부스가 있다. 카페쇼 참가 업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두면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먹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본격 탄산수 비교 [창 VS 싱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