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바람을 타고 온 그분(?)의 냄새
반찬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갑자기 아빠 모드 ON
남편은 종종 말한다.
“난 아직도 신혼인 기분을 느끼고 싶어.”
그 말만 들으면, 뭐랄까.
향긋한 커피와 산뜻한 아침 햇살이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결혼 생활이 그려진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
너무너무 다르다.
우선, 방귀부터.
방귀를 뀌는 건 뭐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엉덩이를 들어서 "푸슉!" 하고 날리는 그 모습이란…
선풍기 바로 앞에 서서 뀌기라도 하면, 바람을 타고 그 냄새가 직방으로 날아온다.
우리 집 공기청정기는 오늘도 야근 중이다.
그리고 나는 남편이 산뜻한 잠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린넨 파자마, 부드러운 면 셔츠 같은 거.
그런데 남편은 주 7일 검은색 망고나시를 입는다.
건조기에서 꺼내보면 검정 나시만 주르륵,
어떤 날은 거머리 떼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참다 못해 나도 어느 날 남편이 샤워하는 도중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급해서 소변만 보고 나갈게" 했더니,
갑자기 경악을 하며 말했다.
“야, 나 신혼 기분 느끼고 싶다고 했잖아! 왜 그래?!”
아니, 그러는 본인은 평소에도 문을 활짝 열고,
시냇물처럼 우렁찬 소리로 소변을 본다.
어느 날은 내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왼쪽을 봤는데...
남편이 포물선을 그리며 소변을 보고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다. 문제는,
다 끝나고 나서 손으로 국물을 털듯 털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도 본인은 "신혼 분위기 깨지 말라"고 한다.
내가 문 닫고 들어간 게 더 큰 죄라도 되는 걸까?
그리고 요즘 자주 말하는 게 있다.
“잠옷은 매일 갈아입어. 안 그러면 똥꾸룽내 나.”

그 말을 아내에게 한다.
나한테. 진심으로.
하지만 본인은 망고나시를 매일 갈아입는다.
거머리 세탁 시스템은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주말이 다가오면 이렇게 묻는다.
“우리 이번 주말엔 스시 먹을래? 돼지갈비 먹을래?”
너무 해맑고 진심인데,
그 모습이 너무 생존에만 집중하는 매슬로우 1단계 인간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나온다.
신혼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방귀를 바람에 실어 보내고,
거머리 나시를 고집하는 남편.
그걸 구경하며 웃고 있는 나도
결국 이 사람과 신혼이란 이름의 비일상적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가끔은 이게 사랑인가 싶다가도,
이 정도면 전우애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다음 주말 메뉴를 또 함께 고민할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게 신혼이면, 나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우리 신혼 생존기> 시리즈 중 하나예요"
〈다음 편: 반찬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갑자기 아빠 모드 ON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