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 없는데 벌써 눈은 나 닮고, 코랑 입은 자기 닮으래
연애할 땐 정말 뜨거웠다.
손만 잡아도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결혼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글쎄.
이쯤 되면 신혼이지만 전우애를 갖고 사는 것 아닐까 싶다.
같이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오늘은 진짜 하자!"
"좋지. 씻고 나올게!"
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둘 다 이불 밖으로 안 나온다.
각자 핸드폰을 들고, 유투브 쇼츠나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몸은 옆에 있는데, 마음은 쇼츠와 함께 다른 세상에 가 있는 셈.
그런데 며칠 전, 진짜 웃긴 일이 하나 있었다.
밥 먹다가 내가 반찬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는데
남편의 표정이 딱 2초 멈추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아~ 화내면 안 돼. 나중에 우리 아기 태어나면 얼마나 많이 흘리겠어?”
아니, 우리 아기요?
우리는 지금 8개월에 한 번 부부관계하는 부부인데?
그 ‘과정’은 생략하고 갑자기 ‘결과’부터 말한다고?
그날은 심지어 내가 김치볶음을 흘렸는데, 남편은 원래 청소에 집착 수준이거든.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도, 즉시 휴대용 청소기로 “지이잉” 하고 빨아들이는 사람이다.
(참고로 우리 집 청소기 3대다. 큰 거, 중간 거, 미니 거.)
그렇게 깔끔한 성격의 그가 "괜찮아, 우리 아기 오면 더 흘릴 텐데"
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 웃겨서 밥숟가락 놓고 웃었다.
게다가 갑자기 하는 말이 또 있다
“난 눈은 당신 닮았으면 좋겠고, 하관은 나 닮았으면 좋겠어.”
왜냐고 물으니,
"서로 예쁜 점만 닮으면 좋잖아~" 라는데....... 이게 좋은 말인지,
‘눈은 너밖에 예쁜 데 없고, 너는 하관이 별로야’ 라는 소프트한 팩폭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남편은 알고 보니 돌려까기 신공인가?

어쩌면 우리 부부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아이와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 아기’라는 단어만 입에 오르내리는 시점이지만,
그 이름을 지어두고, 닮았으면 하는 부분까지 생각하는 걸 보면,
사랑의 형태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연애할 땐 눈빛만 봐도 불타오르던 우리가
지금은 반찬 하나에 육아 시뮬레이션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신혼 생존기> 시리즈 중 하나예요"
<다음 편: 남편은 나를 지켜준다니, 자기가 더 무서워함>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