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나를 지켜준다더니,
자기가 더 무서워함

개 두마리 VS 나 VS 남편의 선택

by 엉탐궁탐

남편은 자주 말한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킬 거야.”

그 말을 들으면 잠깐은 든든해진다.
근데 그 말이, 진짜 그런 뜻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현실에서는 그 반대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나는 예전에 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개를 좀 많이 무서워한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가려는 순간 건너편 옆집 개 두 마리가 목줄 없이 다가온 거다.

내가 집 번호키를 누르려는 찰나,
갑자기 개들이 내 다리에 매달렸다.
너무 무서웠고 심장 내려앉을 뻔했다.


그날은 남편이 먼저 퇴근해 집 안에 있었는데,

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문 좀 빨리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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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안 열린다?
왜 안 열지? 소리쳤다. “왜 안 여는 거야??”

조금 뒤, 문이 살짝 열렸다.
개는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나중에 이유를 물었더니,

“개가 가고 나서 열려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럼 나는? 개랑 1:1로 싸우고 있으라고?

지켜준다는 말은 ‘말’이었구나.


그리고 남편은 공포영화를 못 본다.

나는 무서운 장면 나올 때 손가락 사이로 겨우 보는데,

이 사람은 아예 옷이나 겉옷을 얼굴에 덮어버린다.

온몸이 움찔하면서 진심으로 못 본다.

내가 지켜줘야 할 때도 있다.


한 번은 중문이 고장 나서, 밤에 좀 무섭더라고.

그래서 “우리 집 세콤 설치하자”고 했더니,

“뭘 그런 걸 해~ 내가 있잖아. 내가 지켜줄게.”


...하지만 남편은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5초 만에 잠드는 사람이다.

한 번 잠들면 5~6번 부르기 전엔 안 일어난다.

그 깊은 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기껏해야 잠꼬대다.

현실적으로는,
이 사람을 망태기에 싸서 납치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안다.
“지켜줄게”라는 말은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아끼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걸.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개가 달려올 때 먼저 문을 열어주는 게 더 큰 사랑일지도 모른다.
공포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서울 때도 있으니까.


오늘도 남편은 망고나시를 입고 5초 만에 잠들겠지만,

나는 그 옆에서 그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널 지켜줄게.”

…말로는 말이야.



"이 이야기는 <우리 신혼 생존기> 시리즈 중 하나예요"

<다음 편: 건설직 남편과 사무직 아내의 평행 대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