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살아야 하는 이유는 '웃기니까'
나는 나름대로 커리어에 진심인 사람이다.
회사일도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해왔다.
물론 고민도 많고, 퇴근 후 남편에게 그런 얘기를 가끔 털어놓는다.
그날도 그랬다.
“내가 부장님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얘기를 했지. 그랬더니—"
내가 회사 이야기를 열을 내며 설명하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말을 뚝 끊었다.
“아… 앉아서 얘기를 해?”
응? 뭐?
“왜? 앉은 게 뭐?”
“아니, 우리는 건설이잖아. 소장님이 앉아 있고, 난 서서 얘기하거든.”
…
뭐가 중요하냐고.
내가 부장님 자리에 앉았든, 옆에 앉았든, 서 있었든.
내가 하려던 얘기의 핵심은 그게 아니라고.
그 순간 내 대화 흐름은 송두리째 끊겼다.
그래서 다음엔 좀 진지하게 말해봤다.
“나 회사생활 진짜 고민 많아. 네가 좀 공감해줬으면 좋겠어.”
“응… 응…”
한동안 말이 없더니,
남편이 조용히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본 건,
네이버 검색창: “와이프의 회사생활 고민”
그걸 왜 검색하고 있는데...

그거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고.
진심으로 공감이 아니라,
공감하는 법을 검색하는 사람이라니.
어이가 없는데, 또 웃겼다.
물론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안다.
근데 진짜 가끔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사람은 결론을 못 잡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웃기고, 조금 짜증나고, 또 웃긴다.
회사에서 너무 치열하게 살다가
집에 와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현타가 아니라 힐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결론은 늘 같다.
이 사람은 나를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검색은 해본다.
그럼 된 거 아닐까.
오늘도 나는 앉아서 이 이야기를 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 첫 만남 때도 이미 이사람은 나를 벙찌게 만들었더랬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어떻게 신혼까지 왔는지는...
다음 편부터는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