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생존기: 비긴즈>
"지금까지는 <신혼 생존기>의 에피소드 중심 이야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결혼에 이르렀는지 그 처음부터 풀어보려 해요.
제목에 회차가 붙기 시작한 이 글부터가 그 연대기의 시작입니다 :)"
연애할 때 뭐 하다가 만났냐고 물어보면,
다들 흔히들 말한다.
"지인 소개로..."
"회사에서 알게 됐어..."
"대학교 동기였어."
그런데 우리?
우린 ‘크레이지아케이드’에서 만났다.
맞다.
그 물풍선 터뜨리는,
삐삐~ 하고 귀여운 사운드 나오는 그 게임.
지금도 네이버 검색하면 아직 서비스 중이다.
난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다들 최신 고사양 게임으로 갈아탈 때도,
난 하나에 빠지면 몇 년, 아니 10년도 한다.
그게 바로 크아였다.
회사 끝나고 집에 오면 게임.
주말에도 게임.
약속 없으면 기본 4시간 게임.
내 손가락은 물풍선 키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고인물'이 되어 있었고,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친한 사람들도 생겼다.
크아의 좋은 점은 뭐다?
다 반말이다.
“야 어디로 가”
“거기 말고 여기로 와”
“죽지 마 좀 ㅋㅋㅋㅋ”
존댓말 없이 그냥 바로 ‘친한 사이’ 된다.
어느 날, 같이 하던 길드원 한 명이 말했다.
“야 나랑 친한 애 있는데 같이 해볼래?”
“ㅇㅋ”
물풍선 던지고 몬스터 잡는 모드였으니까
진입장벽도 없고, 뭐 가볍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잠시 후,
시크한 마리드 캐릭터 하나가 방에 입장했다.
지금의 내 남편이다.
닉네임은 뭔가 감성적인 거였던 것 같은데,
말투는 감성이 없었다.
“ㅇㅇ”
“ㄱㄱ”
“쟤 잡자”
이게 끝.
자기는 프리랜서인데, 요즘 시간이 좀 남아서 들어왔다고 했다.
그래,
다들 잠깐 재미로 들어올 수 있지.
그런데 이 사람,
자꾸 물풍선을 몬스터한테 안 던지고, 나한테 던지는 거다?

이거 뭐야? 일부러 그런 거야?
살짝 기분 상하는데,
이상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슬렸다가,
그다음엔 자꾸 궁금했다.
‘얘 왜 나한테 물풍선을 던질까?’
‘지금 나... 얘랑 싸워야 하나?’
‘아니 근데... 좀 웃기네?’
그게 우리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린 거의 매일 게임에서 마주쳤고,
물풍선은 점점
공격에서 → 협력으로,
시크한 말투는 점점
“ㄱㄱ”에서 → “ㅋㅋㅋㅋ”로 바뀌어갔다.
물풍선을 던지다가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신혼 생존기: 비긴즈》 시리즈 0화입니다.
다음 편: 1화. 게임에서는 시크하더니, 현실은 사투리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