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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pr 04. 2016

Leaving Paris

그곳에서 두고 온 것들... 

3개월간의 유럽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고 많은 것을 가져갔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그 유럽 여행을 위해 나의 많은 것들, 취업과 친구들과의 관계들을 전부 버렸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버젓이 들어간 내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는 한동안 내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알바로 시작해 비정규직으로 끝을 맺다가 지금처럼 IT업계를 다니고 있다. 물론 지금은 이것이 나쁘지 않지만 당시에는 나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가져갔음에도 3개월간 나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한국으로 왔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에게 현실적인 삶에서 윤택함을 선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나 혼자 그곳을 다녀왔고 많은 것을 느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지금에 와서 유럽을 배낭여행으로 3개월을 가기에는 책임질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그 순간에 했다는 것에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나에게 프랑스는 몇몇 곳을 제외하면 아주 인상적이었던 나라는 아니었다. 그중에 파리에서의 일주일은 참 묘한 기분을 선사했다. 내가 생각한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파리라는 도시의 골목과 길을 누비면서 눈에 들어오는 소소한 풍경들이 더 매력적이었다고나 할까.


당시의 사진들은 지금도 나의 컴퓨터의 저장매체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지만 가끔씩이라도 잘 보지 않는다. 그때의 순간을 사진으로 보면 이상하게도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에 그곳에서 존재해 있었구나


그저 그 순간 나는 그곳에 있었다는 생각만이 든다. 

지금은 이 곳에 있으니까 어쩌면 무의미한 삶의 기억으로 떠넘기고 있다.



나는 어쩌면... 

지금의 현실 때문에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의 나를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Nesin Howhannesijan Trio - Leaving Paris (2009년 음반 Circle)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래서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Leaving Paris'는 원래 2008년 Nocturne에서 발매된 Tigran Hamasyan의 <New Era>에 수록된 곡이다. 당시에는 이 곡의 존재를 잘 몰랐는데 베이시스트 Nesin Howhannesijan의 이 음반에 수록된 곡이 문득 귀에 맴돌아서 음반을 보다가 Tigran Hamasyan의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그 낯설었던 곳에 가보고 싶다.

파리를 떠나면서 내가 두고 온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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