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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Jun 02. 2016

Re: Person I Knew

For Orrin Keepnews

Bill Evans의 곡들 중 그의 라이브 음반 대부분에 셋 리스트로 자주 포함하는 곡들이 더러 있다.

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Bill Evans는 라이브에서 편식이 좀 심한 뮤지션이었다. 자신이 연주했던 수많은 곡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브 음원들을 살펴보면 중복되는 곡들이 많다. 간혹 스탠다드 곡 중 'I Fall In Love Too Easily'같이 정말 희귀하게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중에 내가 손에 꼽는 곡 중 하나인 'Re: Person I Knew'는 그에게 좀 특별한 곡이다.


음반 제작자이자 작가였던 Orrin Keepnews는 Riverside 레이블을 설립했던 인물이다. 그전에는 친구와 함께 'The Record Changer'라는 재즈 전문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잡지에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당시 Thelonious Monk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Monk에 대한 최초의 문헌이라고 한다. 암튼 그 이후 RCA에 입사해서 LP를 제작하다가 53년도에 자신만의 레이블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Milestone과 Fantasy Records를 설립했다.


Bill Evans 하면 Riverside 4부작을 언급하곤 한다. 이 인연이 Orrin Keepnews가 설립했던 Milestone과 Fantasy Records로 이어진다.


'Re: Person I Knew'는 바로 그의 이름인 Orrin Keepnews의 알파벳을 재 배치해서 만든 제목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에게'처럼 마치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그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그에게 헌정하는 이유는 마약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Bill Evans에게 음반을 녹음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줬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씁쓸하긴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후기에 그의 작품들이 꾸준히 발매된 이유에는 분명 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ric Watson - Re: Person I Knew (2001년 음반 Sketches Of Solitude)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Eric Watson의 작품들을 간만에 꺼내 들었다. Act, Label Bleu시절부터 Night Birds, Out Note에서 발매되었던 몇 장들을 감상하다 이 곡에서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원래 Eric Watson의 스타일은 상당히 진취적인 포스트 밥의 형식을 펼치는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나있다. 그중에 이 작품은 그가 영향을 받은 Bill Evans와 Thelonious Monk의 곡들과 자신의 작품들 위주로 펼치는 솔로 연주이다.


'Re: Person I Knew'곡을 연주한 뮤지션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Eric Watson이 Bill Evans가 보여주었던 그 고독함을 정말 멋지게 표현한 뮤지션이라고 꼽고 싶다.


상상으로나마 나는 이 새벽에 '내가 아는 누구'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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