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rrin Keepnews
Bill Evans의 곡들 중 그의 라이브 음반 대부분에 셋 리스트로 자주 포함하는 곡들이 더러 있다.
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Bill Evans는 라이브에서 편식이 좀 심한 뮤지션이었다. 자신이 연주했던 수많은 곡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브 음원들을 살펴보면 중복되는 곡들이 많다. 간혹 스탠다드 곡 중 'I Fall In Love Too Easily'같이 정말 희귀하게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중에 내가 손에 꼽는 곡 중 하나인 'Re: Person I Knew'는 그에게 좀 특별한 곡이다.
음반 제작자이자 작가였던 Orrin Keepnews는 Riverside 레이블을 설립했던 인물이다. 그전에는 친구와 함께 'The Record Changer'라는 재즈 전문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잡지에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당시 Thelonious Monk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Monk에 대한 최초의 문헌이라고 한다. 암튼 그 이후 RCA에 입사해서 LP를 제작하다가 53년도에 자신만의 레이블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Milestone과 Fantasy Records를 설립했다.
Bill Evans 하면 Riverside 4부작을 언급하곤 한다. 이 인연이 Orrin Keepnews가 설립했던 Milestone과 Fantasy Records로 이어진다.
'Re: Person I Knew'는 바로 그의 이름인 Orrin Keepnews의 알파벳을 재 배치해서 만든 제목이다.
'내가 아는 그 사람에게'처럼 마치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그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그에게 헌정하는 이유는 마약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Bill Evans에게 음반을 녹음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줬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씁쓸하긴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후기에 그의 작품들이 꾸준히 발매된 이유에는 분명 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Eric Watson의 작품들을 간만에 꺼내 들었다. Act, Label Bleu시절부터 Night Birds, Out Note에서 발매되었던 몇 장들을 감상하다 이 곡에서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원래 Eric Watson의 스타일은 상당히 진취적인 포스트 밥의 형식을 펼치는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나있다. 그중에 이 작품은 그가 영향을 받은 Bill Evans와 Thelonious Monk의 곡들과 자신의 작품들 위주로 펼치는 솔로 연주이다.
'Re: Person I Knew'곡을 연주한 뮤지션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Eric Watson이 Bill Evans가 보여주었던 그 고독함을 정말 멋지게 표현한 뮤지션이라고 꼽고 싶다.
상상으로나마 나는 이 새벽에 '내가 아는 누구'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