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서 나에게 왔으면 좋겠어요
군대를 제대하고 어정쩡하게 그 해를 보냈다. 2001년이 되고 나서도 나의 생활은 동네 백수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잠깐의 아르바이트, 그리고 PC방에서 페인처럼 겜을 하다 밤에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 하고 다시 PC방.
스타를 한 게임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생활들이 반복되던 2001년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되었을 때 내 동네 친구 K가 여행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야! 여름이잖아. 바다라도 가야지? 다음 주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면서 놀러 갈 야그 좀 하자~"
그러고 보니 나만 빼곤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과 복학해서 여름방학을 맞이한 친구들이다. 동네에서 그렇게 뻔질나게 만났지만 딱히 별 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지하나에 추리닝과 샌들을 끌고 동네를 다니던 내 모습이 참 한심하게 보였던 때가 아마도 그때였나 보다.
딱히 하던 거 빼곤 돈을 크게 쓰지 않아서 모인 통장 잔고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이 옷을 사 입는 거였다.
그래도 백화점은 가기 힘드니 같이 동대문 새벽 알바를 같이하다가 늦게 군입대를 준비하던 나의 동네 친구와 새벽 시장에 가기로 했다.
새벽 시장에서 여기저기 당기면서 그 친구와 함께 여름 바다에 놀러 가서 입을 옷도 골랐다.
"야! J 너도 갈 거냐? 여름 바다? K가 다 연락을 돌린 거 같은데?"
"아... 근데 내 군입대 날짜가 7월 말인데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럼 K한테 좀 날짜를 당겨서 니 군입대 겸 해서 갔다 오자고 해야겠네?"
우리는 그렇게 필요한 옷들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잠도 오지 않는다. 정말 오래간만에 가는 동네 친구들과의 여행이다.
음악으로 잠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rt Pepper의 <Meets The Rhythm Section>을 꺼냈다.
그리고 음반 첫 번째 곡으로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가 내 귀가를 맴돈다.
마치 여름 바다가 '어서 나에게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속삭이는 듯해서 더 잠이 안 오는 새벽이었다.
Miriam Aïda은 예전 국내에서 Sittel 레이블의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알게 된 여성 보컬리스트이다.
그녀의 리더작 <My Kind of World>와 <Live At The Palladium>로 그녀를 기억했던 매력적인 여성 보컬리스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컬보다는 연주곡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보컬이 생각난다.
최근에 그녀는 Connective Records라는 레이블을 통해서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그래서 찾아서 수입하지 않는 이상 접하기 힘들다. 그중에 이 곡이 생각이 나서 한 번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