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이런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영원 (永遠)이라는 말은 인간의 맘속에만 존재하는 관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군대 갈 때 나는 그녀와 영원 (永遠)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그녀는 연락을 끊었다.
동생의 죽음은 어쩌면 핑계였을까?
꾸준히 오던 편지도 어느 순간 드문드문 오다가 오지 않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그렇게 나한테 오던 편지수만큼 그녀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힘들었을 법한 상황인데 그 당시를 버텼던 이유는 군대 제대하고 그녀보다 더 멋진 여자를 만나겠다는 '악'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상병 휴가 때 친구 소개로 만났던 연상의 누나와의 만남을 돌이켜 보면 나란 놈은 참 대책이 없었던 놈이었다.
비겁하게 변명해보자면 그녀와의 헤어짐이 아니였을까?
영원 (永遠)이란 없다는 내 맘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트라우마처럼 누군가를 만나면 헤어짐부터 생각을 하게 되니 관계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인연이 끝나버렸다.
당시에는 어영부영 내 스스로가 그 이상의 인연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1999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골목에서 그녀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를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다 불에 태워버렸다.
그런데..
그 편지의 내용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사실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관계의 정리였다.
긴 내용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저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가슴 아팠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그 편지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