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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ug 16. 2016

그 해 여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가 그 당시를 기억하는 현재와 당시의 시간은 다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친구들과 같은 시간을 회상하면 각기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같은 기억들은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과 나의 친구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그렇게 다른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 해 여름은 이랬다.


곧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의 친구, 하지만 연인과 함께 행복하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은 그렇게 행복하게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또 다른 친구 Q는 그 당시를 나와는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P 저 녀석이랑 그전에 좀 싸웠어. 좀 아쉬운 건 서해안에서 3일 내내 화해를 하지 못했어. 그나마 마지막 날 저 녀석이랑 화해했다. 그래서 좀 재미는 없었어"


그 날 소주 먹으면서 P와 Q는 그렇게 그 당시를 기억했다.


하지만 J는 자신만의 세계로 또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사귀었던 여친이랑 너무 좋았어. 밤에 둘이서 등대 있는 곳에서 멋진 밤을 보냈었어. 

캬~ 옛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네. 걔는 잘 살고 있을라나?"


그 해 여름을 기억하는 현재 내 친구들과 나는 그렇게 같은 기억 서로 다른 시간을 걷고 있었다.


New York Trio - The Things We Did Last Summer (2002년 음반 The Things We Did Last Summer)


Bill Charlap은 Venus 레이블을 통해 New York Trio라는 팀명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물론 Venus 레이블의 색깔이 지배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Bill Charlap의 우아한 피아니즘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라 상당히 좋아하는 음반이기도 하다. Sammy Cahn과 Jule Styne의 명곡인 스탠다드 'The Things We Did Last Summer'은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곡 중 하나이다. 



그 해 여름, 어찌 되었든 나는 이렇게 우아하게 기억하고 싶고 기억되고 싶고 기억하고 있다.

나의 친구들과 함께 한 그 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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