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게 싫단 말이에요!
누군가로부터 나의 존재가 잊혀진다는 것은 정말 싫다.
그런데 '이기적' 이게도 그 누군가를 위해서 한 번도 나를 희생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희생이라는 것이 뭐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다는 의미로 보면 맞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 그렇게 함께 붙어 지냈던 친구 P가 있었다.
함께 아르바이트도 하고 도서관도 다니면서 공부를 같이 했던 그 친구와는 대학생이 되면서 멀어져 갔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당시에는 그 친구와 집도 멀지 않았고 대학교도 둘 다 서울이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남들은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가장 오래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성격 문제인지 몰라도 연락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 본 적이 없다.
작년쯤이었나?
대기업의 프로젝트에서 그 친구와 만났다. 그렇게 친했는데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친구의 이름.
왠지 모를 어색함이 깃들어서 그런지 프로젝트 기간 내내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말미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랜만이다. 담배 하나 피러 가자."
그 친구와의 시간의 간격이 그렇게 길었던가? 하긴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무려 한 시간으로 이어져갔다.
학창 시절 그 추운 날 전단지 아르바이트하던 이야기부터 음악 이야기, 여자 이야기, 결혼, 아이 등등등 그렇게 수다를 떨고 프로젝트 관련 인수인계로 다시 일을 해야 했다.
프로젝트 마무리 회식 자리도 파하고 집으로 같이 가는 길에 집도 같은 방향이었다.
잠실의 포장마차에서 한 잔을 더 하면서 그 친구와는 서로 아쉬웠던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로 새벽까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 그 친구가 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화가 있었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로부터 잊혀진다는 건 진짜 슬픈 일이더라고. 예전 T라고 그 녀석 알지?"
"T... 물론 알고 있지."
그러고 보니 T 그 녀석도 있었다. 나랑도 친했지만 P와 유독 친했던 그 친구. 기억이 난다.
"근데 그 녀석이랑도 대학교 들어가면서 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됬었어. 10년 만에 만났었는데 그 녀석이 글쎄 내 이름을 모르더라고!!!"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괘씸한 녀석. 어떻게 내 이름을 잊을 수 있어? 나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너는 이해할 수 있겠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서로의 집으로 향했다.
인연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근데 일단은 나부터 반성을 해야겠다.
네덜란드의 실력파 색서폰 주자 Harry Verbeke와 동향의 피아니스트 Rob Agerbeek Quartet의 이 작품은 이전에 Timeless레이블에서 나왔던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2000년 초중반 당시에는 구할 수 없었는데 일본에서 Timeless Jazz Master Collection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알려진 작품이다.
Stan Getz, Al Cohn, Dexter Gordon, Joe Henderson 같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받은 그의 연주는 하드밥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준다.
'No Me Esqueca'는 Milestone 레이블에서 발매된 Joe Henderson의 1971년 작품인 <In Pursuit Of Blackness>에 수록된 곡이다.
포르투갈 언어로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의미인데 사실 Joe Henderson의 Blue Note 데뷔작인 1963년 작품인 <Page One>에 수록된 'Recorda Me'와 같은 곡이다.
간절한 느낌을 주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말과는 달리 원곡 자체도 그렇지만 열기가 느껴지는 하드밥으로 Herbie Lewis와 Billy Higgins의 리듬 섹션도 덧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