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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08. 2015

I Fall In Love Too Easily

또 다른 인연의 시작...

2학년을 맞이하는 첫 강의가 끝났다. 친구들과 함께 강의실을 빠르게 빠져나온다.


"야! 다음 강의는 뭐냐?"

"나는 교양이야. 너는?"

"나? 나는 없어."

"좋겠군. 우린 먼저 갈게~~"


내 친구들은 다음 강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날이다.

나는 그렇게 친구들 무리에서 홀로 남겨졌다. 

외롭다.


어제 너무 과음했나? 나는 몸을 기댈 곳을 찾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동방으로 가야겠군..'

터벅터벅 걸어간다. 내가 속한 여행 동아리 '유스호스텔' 동방은 지하에 있었다. 그 짧은 지하실 계단이 이상하게 길게만 느껴진다.


항상 북적하던 그 동방도 개강  첫날이라 바쁜지 혼자 쓸쓸히 남아있다. 불을 켜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몸이 고단하지 졸음이 쏟아진다.


"삐리리 리리"


정적을 깨는 삐비 울림과 함께 친구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공중전화로 향한다.


"야! 화도관 101호 강의실로 와라!"


엄청나게 급한 목소리로 나를 호출한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오늘 미팅 가기로 한 녀석인데 돈 꿔달라고 하려나 보다. 뭔 일인가 싶어 강의실로 가봤더니 오늘의 미팅 용사들 3명이 강의실에서 작당을 하고 있었다. 칠판에 무언가를 끄적이면서..


어랏! 근데 4명으로 알고 있는데 한 명이 빈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

그랬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구멍을 메우려고 호출한 것이다. 이넘 수~~에끼.....


칠판에는 오늘 미팅 때 무엇을 할까 논의 중이다. 근데 딱 보니 경매팅이네...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만일 미팅할 곳이 멀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소는 석계역. 걸어서 몇 분 거리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수락했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번의 미팅을 가봤지만 이쁘고 안 이쁘고를 떠나 별 감흥이 없었던 것도 큰 이유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미팅이 그 전환점이 될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음악 동아리 가서 그곳 사람들이나 잼이라도 할까? 이게 더 재미있는데...


어쨌든 미팅은 시작됐다. 생각 외로 괜찮은 4명이 앞에 앉는다. 달리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그저 이런저런 농담 따먹기하다보니 두 명은 그냥 놀러 온 느낌이 강했다. 


'나는 그렇다 쳐도 한 명이나 두 명은 꽝이겠구나!'


속으로 웃으면서...


이런저런 애기중 취미 얘기가 나왔다. 그중 한 명이 키보드를 치며 밴드를 한다고 한다. 음악 이야기를 살짝 했다. 좋아하는 음악이 좀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술술 풀렸다.

그리고  경매팅으로 나는 끼지 않지만 찌질하게 간직하고 다녔던 커플링을 꺼내놨다.

한 명이 유독 관심을 가진다. 그녀다.


그날은 그녀와 짝이 됐다. 하지만 미팅에 관심 없던 두 명의 여자 중 한 명이 그녀였다.

다행이다. 그래도 나랑 짝이 돼서.. 최소한 한명만 꽝이겠구나 하면서..


별 다른 '썸'같은 건 없었다. 그냥 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수준. 가끔 나는 농담을 되받아치며 같이 웃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난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어찌어찌 시간이 돼서 집에 돌아가 집에 가만히 누웠다. 피곤해서 사실 미팅 때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옷도 벗지 않고 눈을 감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난 아침이 돼서야 그녀한테 그날 밤 메세지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Joe Barbieri - I Fall In Love Too Easily feat. Stacey Kent


어제 자기는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사실 커플링이 내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반지가 이뻐서 뽑았다면서.


며칠 후에 홍대에서 자기 밴드가 클럽에서 다른 팀들과 합동 공연을 한다고 꼭 오란다... 

가야 될까 말아야 될까...

메세지를 남길까 말까 하다 난 그냥 다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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