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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12. 2015

When Sunny Gets Blue...

수학을 사랑했던 사람

한때 나는 수학이 최고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의 자랑이 될 수 있지만 난 중학교 올라오면서 수학 과목은 100점을 놓친 적이 없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난 대학교 수학을 나름대로 공부했고 제대 후 복학해서 수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전과할 생각 없냐는 질문도 받았다. 


복학 후에 수학과 전공과목을 들었는데 중간고사에서 내가 제출한 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를 증명하는 과정이 '엘레강스'했다고 한다. 난 공부에 대해서 열정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전자공학부를 포기하고 수학과를 간다는 게 손해라는 계산이 있어서 싫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답을 찾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수학을 '사색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답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때론 수학은 '정리'의 학문이기도 하다.


정리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가는 학문이 수학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젠 수학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상태이다.

예전 내가 수학을 공부할 때 자주 듣던 음악이 바로 Charlie Rouse의 'When Sunny Gets Blue'였다. 이상하게도 이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색에 빠지게 된다.


어느 바에 앉아 키핑한 양주를 초콜릿과 함께 가볍게 마시고 있었다. 처음 알바로 시작한 직장에서 나의 위치는 애매했다. 알바생에서 일 잘한다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시점에 나와 친한 사람은 없었다. 나의 전공과는 무관했던 첫 직장에 나는 너무 소외되고 외로웠다. 내 친구들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다들 시간이 나지 않고 바빴다. 홀로 칼퇴근을 하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 외로움이 허세를 부리듯 바를 하나 지정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들르게 만들었다. 어느 젊잖게 생기신 한 분이 내게 다가와서 한잔을 건넨다.


"멋을 아는 젊은 친구에게 내 한잔 주고 싶네."

"...."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대답을 했다.


"선생님. 제가 멋을 아는 건 아닙니다. 제가 멋진 넘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하하하하 그래! 자네가 생각하는 멋지다는 것의 대한 기준이 뭔가?"

"글세요. 일단 저는 날씬하거나 키가 크거나 옷을 잘 입는 건 아니니까요"

"외로워 보이더군. 하지만 이런 데 와서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게 나에겐 멋진 것이라네"


몇 잔이 오고 가면서  어느덧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취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취기가 오를 때쯤에는 자리를 뜬다.


"제가 취기가 좀 오르네요. 일어나야겠습니다."

"오! 알았네. 아무튼 잠깐이나마 얘기해서 재미있었네."


호쾌하게 웃으시더니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가셔서 고독함을 즐기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바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웠다. 침대 너머로 보이는 너덜너덜한 대학교 수학책이 보인다.

나는 나도 모르게 Charlie Rouse의 음반을 꺼냈다....

그날의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돼버렸다.


1960年 Charlie Rouse Unsung Hero

Thelonious Monk와 함께 60년대를 함께 해 왔던 Charlie Rouse.


2015년 12월 12일

오늘따라 그의 구수한 블로잉이 그리운 날이다.

그리고 보니 오늘이 딱 Frank Sinatra의 탄생 100주년이구나.


오늘 하루는 Bluesy 하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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