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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06. 2015

부서진 피아노

백남준의 파괴의 미학

부서진 피아노

우리에겐 비디오 아트의 대가로 알려진 백남준.

자신을 1.5류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백남준.


처음에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과천에 있던 미술관에서 만난 백남준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이 음악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의 눈을 끌었던 것은 부서진 피아노였다. 그 미술관에서는 단지 사진으로만 봤지만 나는 그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음악은 창조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창조하는 그 '무엇'을 파괴하면서 음악은 다시 창조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창작'이라는 행위로만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파괴함으로써 창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대로 내버려둠으로써 창조된다.


John Cage의 '4분 33초'퍼포먼스는 그냥 내버려둠으써 하나의 음악을 창조해 냈다.

1952년 John Cage는 '4분 33초'를 작곡하여 David Tudor가 그 곡을 연주했다.

그가 걸어오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피아노 덮개를 열었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연주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David Tudor는 정확하게 4분 33초가 지날 때까지 그냥 앉아만 있다가 피아노 덮개를 닫고 퇴장한다.


음악적 상상을 관객들에게 전가시켜 버린 것이다.

그 연주를 지켜보는 수많은 관객들이 어떤 연주가 펼쳐질지 상상하게 만들면서..

괘씸하면서도 파격적이다.


백남준은 그런 John Cage를 스승으로 삼았다.

그리고 1960년 'A Tribute To John Cage (존 케이지에게 바침)' 퍼포먼스를 통해 그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 포퍼먼스 도중 무대로 내려가 John Cage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그에 대한 경의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서진 피아노는 1959년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Etude For Piano Forte)'가 첫 시발점이다. 그가 피아노를 부수던 이 포퍼먼스가 백남준을 정신적 쌍둥이라고 말했던 Joseph Beuys가 흥미롭게 봤던 듯 싶다.

1963년 독일 파르나스 화랑에서 전시회 도중 준비한 피아노를 그가 느닷없이 도끼 들고 나타나 그 피아노를 부서 버리는 일종의 예술적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 사건은 그 두 명이 죽기 전까지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계기가 돼버린다.


파괴의 미학...

백남준은 그 속에서 어떤 '질서'를 본 거 같다.

틀을 파괴해야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일까?


Fluxus와 관련된 행위 예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참 재미가 있다.

물론 난해하다. 틀이 없다. 일정한 형태가 없다. 그리고 즉흥적이다.

자유로움 그리고 상상력..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매우 불친절하다.

근데 나는 그런 불친절함이 너무 친절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 불친절함 속에서 나만의 세상을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길고 짧은 시간을 아주 친절하게 내게 주기 때문이다.


WWW - Michael Wintsch-Christian Weber-Christian Wolfarth... Improvise


Michel Wintsch는 스위스 출신의 아방가르드/프리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사실 그의 작품이 전부 어렵지만은 않다. Clean Feed에서 발매되었던 WHO Trio작품 중에는 몸서리칠 만큼 서정적인 연주도 있다. 연주가 상당히 아방가르드하다. 소음같이 들리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틀에 박히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특유의 긴장감이 좋다.

그래서 나는 Avant-Garde/Free Jazz를 좋아한다.


http://njp.ggcf.kr/

일 년에 한번 정도는 꼭 들려본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정도 가 보는 것도 괜찮잖아?

만일 가보게 된다면 백남준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줄리어드 음대 출신인 Sharlotte Mooreman과 함께 했던 1967년 <Opera Sextronique>에 대한 자료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상당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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