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끄적이다
군대를 제대한 2000년 후반에서 2학기에 복학했던 2001년 그 사이의 간극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 세대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는데 지금은 사라져 버린 추억의 프리챌 동호회가 유료화 선언으로 회원들이 대거 이탈하고 싸이월드가 이때다 싶어서 자료 이동 지원까지 하게 되고 그러면서 뜨게 되었던 그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거 참 돈이 뭔지!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른 감이 있었지만 아이러브스쿨을 통해서 초등학교 동창들과 거나하게 몇 달을 술과 지내기도 했다.
냅스터라는 P2P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mp3가 공유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음반들과 음악들을 접하게 되기도 했다.
프리챌도 그렇고 불온한 채팅 사이트 스카이러브, 스카이러브만큼 불온한 채팅 사이트 세이클럽, 인라이브, 디오데오는 당시 winamp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이 듣는 음악을 브로드 캐스팅해서 마치 라디오처럼 방송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많은 CJ를 양산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거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리고 네이버에 블로그라는 것이 생기면서 동호회, 카페와는 다른 의미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것들을 공유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나만의 이야기,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내 이웃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인터넷 관음증도 생겼다. 이건 페이스북 등장 이후에도 마찬가지인 듯
마치 추억을 나열한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저 당시에 네이버 블로그는 내 삶에 있어서 큰 의미를 차지한 바 있다.
나는 물론 재즈를 좋아한다.
하지만 Duke Ellington은 재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재즈라는 것은 '당신 딸이 사귀면 안 되는 남자'같은 존재다."
라고 말한다.
남무성 씨의 'Jazz It Up'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재즈는 어디 밖에서 떠들고 다니면 안 되는 음악이다. 그냥 집안에 틀어박혀 나 혼자 듣는 음악."
으로 이야기한다.
당시에는 정말 재즈라는 음악을 공유하기 쉽지 않았다.
진짜로 어디 가서 '나 재즈 매니아'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동호회, 카페 같은 곳을 통해서 공유했지만 '친목질'의 폐해를 경험하면서 뒤돌아 서야만 했다.
그 와중에 블로그는 신세계였던 것이다.
'나 재즈 매니아'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 만났던 많은 사람들. 어쩌면 재즈를 더 깊게 듣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던 그분들은 해외 오더를 하면서 까지 국내에서 듣기 힘들었던 레이블의 음반들과 뮤지션을 소개했고 그 글들을 보면서 나의 구입 목록에 빼곡히 적어 놨다가 돈이 생기는 데로 부탁해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 나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 유럽 뮤지션의 작품이 나왔는데 너무 좋더라고?'
'으잉? 그렇다면 일단 구입해 보고....'
이런 식의 패턴이었다.
남들 듣는 건 다 들어봐야 하고 남들이 듣지 않았던 것도 다 들어봐야만 직성이 풀렸다.
편집증에 걸려서 그렇게 오랜 기간 재즈라는 음악에 파묻혀 살았다.
음반이 많아지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음반의 거의 절반은 들어보지도 못한???
재즈 베이시스트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그저 꿈으로만 끝났지만 그래도 참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듣고 싶은 음악 듣고 하고 싶었던 것을 위해 몸부림치던 그 시절은 분명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느낌이다.
좋은지 나쁜지 이런 거 신경 안 쓰던 이 때는 수박 겉핥기에 그쳤던 나에게 큰 전환점을 준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은 바로 Pat Metheny의 <Offramp>였다.
이상하게 밤에 참 잘 어울리는 음반이다.
이 음반을 사고 나서 밤에는 꼭 이 작품을 들었다.
낮에 들으면 이상하게 그 맛이 살지 않는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핑계로 밤을 무수히 새웠다. 이곳저곳 남의 블로그에 상주하면서 말이다.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아... 맞다.
재즈 쉼터도 있었구나.
물론 나는 현재 네이버 블로그를 안 하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몇몇 분들은 지금도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교류하기도 하고 있다. 비록 인터넷상이지만 소중한 인연들이다.
문득 원고 마감하고 있는 비가 오는 이 야밤에 추억 끄적거리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Pat Metheny의 'Are You Going With Me?'로 잠을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