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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08. 2023

이탈리아의 어느 거리

거기서 헤매고 있던 나는 길을 잃었다.

흐려지는 기억을 어떻게든 끄집어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은 참 신기한 게 그런 흐려진 기억을 족집게처럼 쏙쏙 뽑아낸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했던 배낭여행은 3개월이 아니었다.


2개월 정도? 하지만 내 마지막 여행의 종착지였던 이탈리아는 나를 한 달을 더 머물게 했다.


이유는 당장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곳 특유의 바람과 공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저 하나의 파스텔톤의 이미지로만 기억이 된다.


원래였다면 이탈리아 남부에서 끝내는 것이고 북부는 갈 생각도 안 했다.


그 아름다운 도시 포지타노와 소렌토에 대한 기억은 비싼 숙박비만 기억날 정도다!


비싸!!!!!


엄청나게 걸었던 기억과 비싼 숙박비!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아름다운 풍경은 분명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니깐


어쨌든 이탈리아 남부에서 피렌체로 향하던 시기로 기억한다.


남부에 있다가 북부 쪽으로 넘어가는 그 길목에 머물던 시기인데 당시 통하지 않는 언어대신 그렇게 바디 랭귀지를 해가며 이동하다 나는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


급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숙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무계획이었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말이라도 통할테니!


고마워요.
그때 자신의 일정에 맞추서 함께 움직이자고 했던 두 형제분들.
한 달을 머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셨던 그분들.
이젠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미안해요.



Aldo Romano - Song For Elis (1999년 음반 Corners)



가끔 이탈리아 출신의 드러머 Aldo Romano의 <Corners>를 듣다 보면 그 시기가 떠오른다.


근데 Aldo Romano는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저 음반 표지는 느낌상 프랑스의 어느 골목을 연상케 하는데 나는 그냥 이탈리아의 어느 골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매던 그 골목길! 그렇게 생각하자!


그중에 'Song For Elis'는 애상적인 사운드, 특히 Tim Miller의 기타 연주는 뭔지 몰라도 노스탤지어의 아련한 감성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유러피안 재즈의 리리시즘 끝판왕 같은 느낌의 음반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와는 사뭇 다른 북부의 그 느낌과 맞닿아 있다.


아닌가? 남부에 더 가깝나?


그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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