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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Nov 09. 2023

진짜 그랬다니까!

안 믿네???

예전 아는 형님이 재즈클럽이라는 곳을 한번 가고 싶다고 하셨다.


몇 년도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당시 이태원에 있는 '올댓재즈'가 위치를 옮겼던 시점이었다.


지금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아는 분 얘기로는 코로나 이후 자리를 옮기고 리뉴얼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개인적으로 칵테일 '블랙 러시안'을 좋아해서 나는 '블랙 러시안'과 함께 형님은 흑맥주를 시켰다.


지금도 그렇게 판매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블랙 러시안'이 애초에 저어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제법 독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보통 저어서 나오는 게 일반적인 레시피이기 때문에 귀찮게 '젓지 말고 주세요'라고 딱히 주문을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드카와 깔루아가 섞이지 않아서 세 단계로 이 칵테일의 묘미를 음미를 할 수 있다.

물론 저어서 마셔도 상관없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라이브를 즐기면서 보고 있다가 밴드 라이브가 거의 끝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 문쪽에서 한 커플이 들어왔다.


얼굴이 빨간 게 한잔 거하게 하신 거 같은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니 어디서 봤더라? 엄청 익숙한 얼굴인데??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계셨던 형님이 한마디 하신다.


"어? 심신이네?"


심신이 여길 왜 오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라이브가 끝나고 밴드 멤버들이 정리하려는 순간 심신이 무대에 오른다.


그러더니 사장님한테 양해를 부탁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막 하기 시작했다. 


맨해튼에서 재즈를 공부했다는 이야기와 부인과 함께 데이트하다가 여기 왔다는 등 이야기를 막 풀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약간 '뭐야 저 사람'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을 때 갑자기 심신이 밴드에게 부탁을 한다.


"All Of Me,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데 이 곡을 심신이 정말 전통 크루너처럼 잘 불렀다는 것이다.


밴드도 약간 당황한 듯싶다가 이런 분위기가 되니 연주도 흥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도 놀라웠다.


후반부 밴드의 멋진 인터플레이가 펼쳐질 때 베이스 치는 분 옆에서 '권총춤'을 추기도 하고 피아노 옆에서 연주를 음미하다가 다시 자신의 파트가 됐을 때 열창하던 그 모습.


잊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즈처럼 우연한 만남에서 벌어진 멋진 공연이었고 노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신이 키가 커서 무대에서 움직일 때마다 멋짐이 폭발하기도 했다.


손님들도 놀랬던 듯싶다. 노래가 끝나고 나를 포함한 그 많은 손님들이 엄청난 박수를 쳤다.

어떤 분은 감동했는지 기립 박수도 하고 함성도 지르고 암튼 열광의 도가니 같은 분위기였다고 할까?


예상치 못한 과거의 스타가 이렇게 멋진 재즈 공연을 펼칠 거란 걸 나를 포함한 손님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게다가 당시 나는 심신이 가창력으로 승부했던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놀라운 가창력과 표현력, 특히 스탠더드 재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고수 같은 향취를 풍겨서 약간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The Lester Young-Teddy Wilson Quartet - All Of Me (1957년 음반 Pres And Teddy)



어느 날 동네 친구들과 그 형님과 술 한잔 하다가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하나같이 '심신이 무슨 재즈?' 이런 반응이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 '욕심쟁이' 우후후~ 로 대변되는 심신이 재즈를 노래했다고 하니 '말도 안 돼'이러고 웃으면서 권총춤을 추며 나를 놀린다.


"아니? 형? 얘기 좀 해봐. 사실이라고"


그 상황이 웃겼는지 아니면 그때의 경험이 그 형님에게도 신기했는지 알 수 없는 웃음만 짓고 있는 그 형님이 얼마나 얄밉던지!


근데 이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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