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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14. 2015

Goodbye Again

나에게 다시 안녕을 고함

누구나 그랬듯이 어머니의 뱃속이 답답했던 것일까?

그리고는 내가 처음 세상을 향해 던졌던 외침은 분명 우렁찬  울음소리였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왔노라'하는 무의식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난 것에 대해서 어머니의 환희의 눈물과 아버지의 기쁨이 어땠는지는 나의 기억에는 없다.


기억에 없는 어릴 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왔고 잊혀져 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매일 하루를 보내며 알게 모르게 나에게 안녕을 고했을 것이다.

무려 38년 동안!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나의 가방에 작고 이쁜 다이어리를 하나 장만해서 내가 그날 느꼈던 순간의 기억들을 적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때만 하더라도 메모의 습관은 나와는 상관이 전혀 없었다. 대학교 올라오면서 어떤 생각으로 그래야겠다라고 했는지는 잘 모른다. 지적이지 않았던 나의 외모 때문일까?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어느 벤치에 앉아서 작은 다이어리를 꺼낸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부터 강의가 끝난 그 시점까지의 나의 행동들과 친구들과의 대화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적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나는 상상했을까?


지적이지 않아? 무언가를 끄적거린다는 것이 너에게 유익할 수 있잖아? 추억의 책장을 넘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주고 싶어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그녀와의 추억을 남겨보는 게 어때? 그녀가 했던 말들, 그녀가 나에게 해주었던 이쁜 말들을 담아보는 건 어때?


무언가를 메모한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과거의 나에게 안녕을 고한다고 생각했다. 적는 행위로 그 순간은 과거가 돼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로부터 안녕을 고함으로서 앞으로의 나를 맞이한다는 느낌으로 목적 없던 나의 삶에 그래도 하나의 의미를 두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이후에 사라져 버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유는 그 다이어리를 내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해왔던 습관을 군대에 있을 때에도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도 이어 왔는데 단순하게도 그것을 잃어버리면서 함께 끝이 난 것이다.


Mike Stern - Goodbye Again...


지금 나는 나에게 또다시 안녕을 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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