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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18. 2015

Baubles Bangles And Beads

소박한 선물에 그녀 기뻐하다

수화기를 들고 그녀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내일 저녁 혹시 시간 돼? 시간 되면 대학로에서 내가 맛난 거 사줄게"


조금 지나 연락이 온다. 시간이 된다고 한다.

이것이 설레임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웃는 모습이 이쁜 그녀를 만난다는 게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설레임이겠지?


며칠 전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돈도 있고 대학로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 본다.

딱히 내가 먹는 거와 마시는 거에 크게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작년에 우연찮게 친구랑 스타우트를 처음 마셨던 기억이 난다. 어느 골목의 아담한 느낌의 가게였다. 아주 고급스럽진 않지만 약간은 무언가 고풍스러운 느낌, 내부가 대학로의 다른 호프집과는 다르게 아주 시끄럽지도 않고 대화하기 딱 좋은 주위의 환경이 참 맘에 들어서 적어놨던 그 가게를 먼저 생각한다.


다음 날 나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혜화역에 도착한다.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제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너무 일찍 왔나?'


기다림에 익숙해왔다. 그냥 맘 편히 대학로 주위를 배회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혜화동 대학로를 걷는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 있는 것이 오늘은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파는 비쥬들에 눈을 돌린다. 아담하게 이쁜 팔찌가 눈에 띈다.


'그녀에게 잘 어울릴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이제 두 번의 만남인데, 사귀는 것도 아닌데 선물을 준다는 게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비싸진 않지만 왠지 그녀에게 너무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 고민은 일단 접어두고 그녀를 위해 하나를 꼬옥 손에 집고 가방에 챙겨놓는다.

공연에 오라는 그녀의 메세지에 답을 주지 못한 핑계거리라도 있으니 그거면 된 거지 뭐.


그녀와의 만남은 정말 즐거웠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 학교 이야기와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팔찌가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가방에서 팔찌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놀란 표정을 짓다가 가녀린 팔목에 팔찌를 끼우더니 이내 웃는다.

나는 그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자신은 이런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에게 그것이 진짜든 아니든 의미는 없었다. 

단지 그녀가 기뻐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은 합정역 근처라고 했다. 혼자 가기 싫다고 데려다 달라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계산을 했겠지?


'집에서 먼데? 대학로에서 합정 갔다 집에 갈려면? 아... 멀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엇에 홀린 듯 합정역까지 그녀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합정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있었던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리다 보니 마치 순간 이동하듯 강변역에 도착한다.


Zoot Sims - Baubles Bangles And Beads (1976년 음반 Soprano Sax)

'Baubles Bangles And Beads'


1976년에 발표된 <Soprano Sax>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 Zoot Sims는 테너 색서폰 주자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온전히 소프라노 색서폰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색서폰이 주는 그 느낌이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답다.

이 동영상은 이 곡 이후 이 음반의 수록곡 중 하나인 'Wrap Your Troubles In Dream (And Dream Your Troubles Away)'가 연달아 흐른다. 그의 풍부한 스윙감과 따뜻한 연주를 만끽해보자.


'값싼 팔찌와 목걸이'라는 의미인데 이 곡을 들으면 가끔  그때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환하게 웃던 그녀의 실루엣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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