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을 그리다
지금은 그런 습관이 없지만 군대 제대 이후 이상한 습관이 하나가 생겼었는데 늦은 밤이나 새벽에 비가 올 때는 꼭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이 습관은 내가 군대에서 유일하게 존경심을 가졌던 어느 나이 많으셨던 선임 때문에 생겼다. 당시 30이 넘으셨던 분이셨는데 참 멋진 분으로 기억한다.
항상 근무가 끝나면 그 선임은 손수 따뜻한 커피와 담배를 가져와서 형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선임이었다. 군대의 고민조차도 들어주며 군기 빠졌다고 욕하지 않고 다독여 주는 책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분이었다.
그분은 비가 올 때는 가끔 나에게 이런 애기를 해주곤 했다.
"이상하게도 비가 올 때 담배 연기는 아주 약간의 푸르른 빛깔을 띠며 선명하게 드러나. 신기하지? 나는 이 순간의 담배 연기가 그렇게 좋아."
그때의 기억들이 마치 파스텔톤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늦은 밤이나 새벽에 비가 오면 꼭 밖으로 나갔다. 그 기억들이 이상하게 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낮보다는 밤이 더 좋다.
비가 오는 소리가 더욱더 선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명하게 들려오는 빗소리에 담배 연기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때는 그녀에게 익숙해진 습관은 마치 이와 같았다.
틈만 나면 생각이 난다. 몸에 벤 습관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가끔씩 입에서 맴돌았던 말.
그리고 입에서 맴돌았던 그리운 이름.
입에서 맴도는 그 이름을 잡히지 않을 순간 속으로 날리고 싶지 않아 창가에 낀 성에에 그 이름을 부끄럽게 그려본다....
70년대 색서폰 주자로 활동했던 Marc Copland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연주하던 색서폰을 관두고 10년간을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Hat Hut을 통해서 탐미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의 피아니즘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참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정적이다. 차분하고 기교보다는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소리에 더 집중을 한다.
비가 올 때면 이 곡이 그렇게 생각난다. 근데 지금은 비도 오지 않는데 생각이 난다.
비라도 오길 바라는 내 맘이 그러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