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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Dec 24. 2015

I Will Survive

지리산의 추억

살아오면서


아....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 본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중에 정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오래된 추억을 꺼내자니 어떤 한 선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벌써부터  부들부들거린다.



나는 대학교 입학과 함께 여행 동아리에 가입했었다. 이름하여 '유스호스텔'

1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여행을 가게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다 같이 지리산을 가게 되었다.


선발대 후발대가 다 모이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지리산을 등산을 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걷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앉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중 3학년 선배가 나를 붙잡고 어디 갈 데가 있다고 하셨다. 복학한 선배였는데 상당히 무서웠던 선배였다.


"우리는 저쪽으로 가서 내일 올 길을 먼저 돌아보고 마킹을 해야 하니 나랑 같이 가자!"


군말 없이 따라다녔다. 일단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왠지 그 선배가 믿음직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조용히 따라다니며 그 선배를 도와주었다. 그러다 길을 잘못 들었다.


산의 밤은 빠르게 어두워져 갔다.

산의 어둠은 상당히 무서웠다.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다. 지도를 활용한 삼각 측지법은 무용지물이다.


산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웠냐면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인지 또는 평지인지에 대한 감각마저 사라져 버린다. 평지를 가고 있지만 사실 오르막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거칠어진 숨소리, 더운 날씨임에도 산속에서 그 어둠은 우리의 체온을 조금씩 뺏아가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을 헤맨 거 같다. 침묵 속에서  더욱더 거칠어져 가는 숨소리.

아무 말 없는 그 선배의 등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때!

그 침묵을 깬 그 선배의 처절한 외침이 울린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한동안 그렇게 외쳤다. 그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드는 순간 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스쳤다.


나도 살려달라고 외쳐야겠다고 하는 순간 저 밑에서 여러 개의 불빛이 보인다. 우리가 내려오지 않아서 찾으러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희망의 불빛을 따라 숙소로 내려왔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헤매던 길에서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숙소였던 것이다. 산의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섬뜩한 생각을 했다. 산의 무서움과 믿음직스러웠던 선배에 대한 배신감이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그날은 술로 달랬다...


Gloria Gaynor - I Will Survive


Bring Us Home


그날 밤 2학년 회장 선배가 숙소에서 찾으러 올라가는 내내 그 외침을 듣고 있었다는 얘기를 나한테 살짝 해주며 고생했다고 토닥거려주셨다.

나는 그렇다 처도 그 선배는 정말 얼마나 쪽팔렸을까?





영화 '마션'을 보다가 흘러나오는 이 곡을 듣다 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선배 잘 살고 있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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