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Dec 24. 2015

It Never Entered My Mind

혼자였다

하지만 외롭진 않았다.

왜냐하면 내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바쁜 듯 북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외롭진 않았던 것일까? 그냥 분위기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은 혼자서 한 시간 이상을 강남의 타워레코드에서 동창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고등학교 친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줄 음반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였다. 대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걸렸던 친구넘이었다.


그렇게 밝은 녀석이었는데...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던 것이 큰 이유였을까?


어느 날 갑자기 삐삐를 치더니 다음 달에 캐나다로 이민 간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학창시절 밤에 한강고수부지에서 자주 농구를 했던 우리들은 앞으로의 그 녀석의 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친구들이 한두 명씩 모이고 어느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하면서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거 아는지 모르겠다. 남자들의 수다는 여자  못지않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녀석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친구들아 미안하다. 앞으로 너희들이랑 자주 못 볼 거 같네. 야 그래도 잘 지내라 이 자식들아! 가끔 편지 좀 하고!"


파이팅을 외치던 우리들은 그 녀석을 위로해 주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어색했는지 그 녀석이 먼저 건배를 외친다. 그렇게 저녁은 어두운 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화려한 강남의 거리.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매너는 안드로메다로 보낸 후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친구랑 나랑은 같은 동네라 함께 전철을 타면서 나에게 자신이 이민을 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일 년 동안 집에서 나오질 않았잖냐"


"그래. 좀 너무했다. 얼굴 좀 비추고 술도 한잔 하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냐? 너와의 잃어버린 1년을 어떻게 보상할까 했더니 이민을 가버리네..."


"우리 가족이 나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 가는 거야. 새로운 환경에서 살면 지금보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셨대. 이러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 물론 나도 한국을 떠나서 그곳에서 살면 좋아질까 고민하고 결정한거다. 미안하다."


강변역에 내려서 그 친구와 나는 강변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한잔을 더 했다. 고등학교 이야기부터 도서관에서 본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 등등 그날 밤은 어느덧 새벽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Miles Davis Quintet - It Never Entered My Mind (1956년 Workin'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결국 이 음반을 그 친구에게 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비닐도 뜯지 않은 음반과 원래 가지고 있던 음반 2장이 그대로 있다.


전해주지 못한 음반을 보고 있으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동창들과도 서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과 항상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이때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이 아직 그 음반에 그대로 남아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No Woman No Cr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