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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Nov 03. 2022

협상에서 승리하는 최고의 법칙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16. 앵커링 효과

세상 사람들은 기준에 의해 살아간다.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준,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 그 수많은 기준 속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저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협상의 NO.1 법칙, 앵커링


세일즈에는 기본적으로 흥정의 과정이 들어간다. 흥정할 때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스킬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앵커링 Anchoring'이다. '닻 내리기'로 해석되는 '앵커링'은 흥정의 영역에서 내가 우위를 점하는 일종의 '알박기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10년도 더 오래전 중국 여행을 했을 때다. 지금도 짝퉁 제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중국이지만 당시에는 다양한 모조품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변두리 지역 쇼핑몰이나, 상가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루이뷔통'에서부터 '까르띠에', '샤넬'같은 '하이엔드'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밀실'을 만난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물건이 짝퉁임을 알고 있기에 '가격택'도 없고 '권장 소비자가'도 없다. 말하자면 부르는 게 가격인 거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재미 삼아 시계 하나를 집어 드니 중국인 장사치 하나가 다가와 계산기를 보여준다. 100위안!... 예상했던 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가격을 부른다. 나 또한 그가 가진 계산기를 뺏다시피하여 숫자 하나를 보여준다. 그러자 판매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다. 50위안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70위안인가 80위안인가 하는 금액에 시계를 샀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봉협상에서 승리하는 방법


거래가 발생하는 곳에는 흥정(deal)이 있게 마련이고 연봉협상도 거래의 일종이므로 역시나 '앵커링'이 사용될 수 있다. 구직자가 전에 받던 급여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연봉보다 높게 부르는 게 답이다. 겸손 떤다고 최종적으로 내가 받고 싶은 금액을 초반에 제시하면 협상은 그 금액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노련한 이직자는 항상 목표 금액보다 20% 이상 높게 부르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면 협상의 상대방은 ‘이 녀석 뭐지? 혹시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실력이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직 제안을 회사에서 먼저 한 것'이라면 ''을 최대한 멀리 던져놓고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너무 터무니없는 연봉 제안은 삼가는 것이 좋다. 빈정이 상한 인사담당자가 구인과정을 포기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있는 듯, 관련 없는, 관련 있는 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가 진행한 심리학 실험 중에 ‘행운의 수레바퀴’ 란 실험이 있다. 실험 중 교수는 학생들에게 1부터 100까지의 무작위 숫자가 나오는 룰렛판을 돌리라고 한다. 선택된 룰렛판의 숫자를 확인한 학생들에게 카너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UN에서 차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보세요


'룰렛'(룰렛판은 '10'과 '65' 숫자에만 멈춰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의 숫자가 '10'이었던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UN에서 25% 정도 차지할 거라 이야기했고 돌림판이 '65'라는 숫자에 멈췄던 학생들은 그 비중을 평균 45% 라고 답했다. UN의 193개 가맹국 중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나라는 54개국이어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28% 였다. 단순히 룰렛을 돌린 것 뿐인데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사람들이 기존에 입력된 정보를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리 주어진 정보가 아무런 연관성이 없더라도 괜찮다. '닻'이 내려지면 그 주변을 벗어나기 어려운 배처럼 머리 속에 박힌 선행사건이 우리의 사고범위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을 살펴보자.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마하트마 간디가 몇 살에 죽었는지 물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가 9살 전후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140살 전후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간디는 실제로 87세에 죽었기 때문에 두 질문 모두 현실적인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첫 번째 그룹은 그의 나이를 50세라고 답했고, 두 번째 그룹은 67세라고 대답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먼저 주어진 숫자가 '앵커링'이 되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순차적으로 전달되는 정보 중, 첫 번째 정보에 더 많은 비중은 두는 경향이 있다. 즉, 초기 정보가 사람들이 다음 정보를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야기다.



뇌는 첫인상을 오래 기억한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재빨리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처음 가보는 장소가 안전한 곳인지, 나에게 악수를 내미는 저 인간이 강도는 아닌지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코미디언의 유행어처럼 '척! 보면 앱니다'라고 하는 '직관'을 발전시켜온 것일 수 있다. 만일 우리의 뇌가 새롭게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건을 일일이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면 이것 만큼 지치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척보고 판단'하는 앵커링 효과의 사례


테슬라

테슬라 모델 S, 모델 3 (출처 : 테슬라)

전기차 브랜드의 대표주자, 테슬라의 '모델 S'는 현재 1억 3천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전기자동차 모델이다. 탁월한 속도와 600km를 넘나드는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압도적인 성능과 유려한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비슷한 가격의 럭셔리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봤을 때 선뜻 지갑을 열 수 없는 가격이다.


이럴 때 비슷한(?) 느낌이지만 사양이 낮은 '모델 3'을 보게 된다면 6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소비자들은 구매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바로 '프리미엄 고가 자동차 모델 S'의 이미지가 '앵커링'이 되어 합리적인 가격 결정에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초호화 슈퍼카를 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가 포지셔닝을 통해 고객들의 합리적인 가격비교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무척이나 효과적인 전략이다.



버거킹

출처 : 버거킹 TV광고 한 장면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버커킹'의 광고가 있었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궁예'를 연기한 텔런트 '김영철'의 '사딸라' 광고가 그것이다. 광고에서 고압적인 어투로 '김영철'은 끊임없이 '사딸라'를 외친다. 햄버거 가격은 판매하는 쪽에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당당하게 가격을 내지르는 모습이 신선하기도 하고 뭔가 속 시원한 구석도 있어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CF로 기억된다.


사실 광고를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4달러'라는 '단품 햄버거' 가격이 싸지 않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현재(2022.11) 환율로 계산해보면 햄버거 하나에 5천 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 당시 많은 햄버거 브랜드가 대중적인 햄버거 가격을 3,900원에 맞추어 판매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결코 싼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도 '버거킹'은 마치 엄청 싼 가격에 햄버거를 판매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싸다는 착각을 일으킨 원인 역시 '앵커링' 때문이다. 4,900원 또는 5,000원이라고 카피를 뽑았다면 '4달러'처럼 '싸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 판매금액의 크기를 생각하기 앞서 뭔가 숫자가 많으면 비싸다고 느낀다. 반면, 4라는 숫자만 제시되는 버거킹의 광고는 비싸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 준다. 더불어 가격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원화₩' 대신 '달러$'표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저항감 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앵커링'을 활용할 온라인 쇼핑몰 전략


1. 정상가-할인가 노출

앵커링 가격노출 전략 (출처 : 노스페이스 홈페이지)


가격을 내리는 방법에는 '가격 인하'와 '가격 할인'이 있다. 가격 인하는 '정상가(소비자가)' 자체를 내리는 것이고 '가격 할인'은 정해진 일정한 가격에서 얼마를 뺀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 소비자 가격에서 20%, 30% 등 일정 비율만큼 빼주는 것이 대표적인 '가격 할인'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정상가를 그대로 두고 할인가를 옆에 노출하는 '가격 할인' 방식의 노출이 효과적이다. 인하된 가격만 노출한다면 이 상품 가격이 싸졌는지 어떤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정상가를 기재하고 현재 할인가를 같이 노출하는 '가격 할인'은 기존 정상 가격이 앵커 역할을 하게 된다. 고객들은 앞에 노출된 정상 가격에 마음이 묶이고 뒤에 따르는 할인가가 많이 저렴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2. 가격차이를 통한 상품 배치


1) 가장 비싼 옵션을 먼저 표시

앵커링을 통한 가격전략 (출처 : 탐나오 홈페이지)


제일 비싼 제품을 먼저 노출하면 고객의 머릿속에서 높은 가격이 기준점이 된다. 그 옆에 진짜 팔고 싶은 상품을 진열한다면 앞의 고가의 상품이 앵커링이 되어 팔려는 상품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2) 낮은 가격 먼저 노출

앵커링 가격전략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이율배반적 아닌가? 그렇지 않다. 앵커링은 고객의 마음속에 기준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는 냐의 문제다. 위의 그림처럼 노출하는 각각의 옵션 가격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 낮은 가격을 먼저 제안해서 정말 팔고 싶은 나중의 상품을 훨씬 더 가치 있는 상품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3) 서로 연관 없는 고가의 제품 노출

앵커링을 이용한 가격전략 (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서로 관련이 없는 제품의 경우에도 저가의 상품 옆에 고가의 제품을 노출하면 소비자가 고가의 상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저가의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3. 세트상품 가격 책정

앵커링을 이용한 가격전략 (출처 : 탐나오 홈페이지)


세트상품 가격은 1+1, 2+1, 박스단위 구매 등 단품 구매가 아닌 다량 구매에 대한 할인을 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주 4캔을 각각 3,000원에 구매하는 대신 만원에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품 가격이 앵커링이 되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박스단위로 구매하게 된다. 고객들은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함으로 스스로 절약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4. 핵심 판매 포인트(기술적, 기능적 강점) 강조

앵커링 기술 기능성 강조 (출처 : OYSHO 홈페이지)


앵커링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가슴에 어떤 이미지로 닻을 내릴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제품의 혁신적인 측면, 경쟁제품과 차별화되는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이 우리를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 쇼핑몰이라고 인식한다면 특별하지 않은 상품도 혁신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비록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아닐지라도 몇 개의 상품 만으로도 가능한 전략이니 사용해 봄직하다.  



5. 구매한 고객, 참여 고객에 대한 높은 수치 노출

앵커링을 통한 판매전략 (출처 : 큐텐 홈페이지)


앞서 '돌림판 실험', '간디 나이 맞추기 실험'에서 본 것처럼 앵커링은 함께 노출되는 숫자가 관련이 있고 없음을 따지지 않는다. 때문에 상품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이 가격인지 참여 고객 수 인지에 관계없이 이는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앵커 효과를 활용한 판매전략은 쇼핑몰의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전략의 핵심은 만들어낸 '미끼상품'과 '이미지'를 고객들이 의심하지 않고 고객 스스로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전략, 웹카피 및 광고 캠페인에서 과하지 않게 앵커링 효과를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앵커링 효과
소비자가 처음에 접한 정보에 집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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