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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Oct 28. 2022

상대방의 뱃속을 내 냉장고처럼 활용하는 방법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 법칙 11. 상호성의 원칙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짐으로써 호감을 얻는다
- 나폴레옹 힐



상대방이 나의 냉장고가 되어줄 수 있다?


세상 빚지고는 못 사는 친구들이 있다. 500원이라도 빌리면 다음날 고대로 돌려준다. 아무리 푼돈이라도 잊지 않고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빌린 건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약간씩 갖게 되는 '마음의 부채'는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잠시도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왠지 정이 가지 않는다. 서로 빚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1974년, 사회학자 필립 쿤즈(Phillip Kunz)는 실험을 하나 했다. 그는 무작위로 선택한 약 60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과 그의 가족이 직접 손으로 쓴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편으로 보냈다. 수신자들은 쿤즈와 그의 가족에게는 완전히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카드를 우편으로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응답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쿤즈'는 무려 200통의 응답을 받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답장을 보낸 것일까?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나를 위해 뭔가 했다는 것 때문에 의무감을 느낀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상황인데 뭐라도 쥐어줘야 맘이 편한 것이다. 대상이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도 받았으면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이런 마음의 상태는 왜 생기는 것일까?


먼 과거를 상상해보자. 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렵채집으로 먹을 것을 해결하던 때다. 운 좋게도 오늘 나는 멧돼지 한 마리를 사냥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먹고도 남을 양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니 며칠이면 사냥한 생고기는 부패할 것이 뻔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는 이웃 사람들을 불러 한 바탕 잔치를 벌인다. 실컷 고기를 먹은 주변 사람들은 인심 좋은 이웃이라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과연 나의 선한 의지가 음식을 나누게 한 것일까? 아니다. 내가 베푼 만큼 그들도 사냥에 성공하면 나에게 음식을 나누어 줄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배 속이 '나만의 냉장고'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사람도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게 되는 것을 심리 용어로 '상호성(Reciprocipity)의 원칙'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조차 호의를 베푸는 이유는 상호성의 원칙 때문이며 이는 ‘협력’ 만이 살 길임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생존 본능에 근거한다.   



당신에게는 마중물, 나에게는 미끼


마트에 가면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맨손도 아니다. 작은 컵에, 젓가락에, 집게에 먹음직해 보이는 음식을 채우고 내민다.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함과 동시에 혀끝에서 침이 분출한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십중팔구'는 넘어간다. 상술임을 알고 있지만 이성보다 감각이 우선한다. 진열된 상품에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격이라도 물어볼 심산으로 말을 건넨다. 훈련받은 판매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2번째 제안에 들어간다. 할인 중이라고, 1+1 행사기간이라고, 지금이 아니면 이 가격에 못 가져간다고 치고 들어온다. '아~ 맛도 이렇게 좋은데 가격까지 착하다니...'. 결국 우리는 이렇게 ‘맛보기 상품’에 넘어가 계획에도 없던 쇼핑을 또다시 반복하는 실수를 하고 만다.


위의 경우는 상호성의 원칙을 이용한 판매 전략 중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샘플 전략'의 한 예이다. 대형 마트의 시식 코너뿐 아니라 화장품 샘플. 전자제품 체험권 등 공짜 샘플들에는 모두 상호성의 원칙이 숨어 있다.



'상호성의 원칙'을 활용한 마케팅 채널, 온드 미디어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재미와 감동, 그리고 정보를 원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이를 위한 광고 시청에는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킨다.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소중한 나의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성은 ‘넷플릭스’와 같이 광고 없는 OTT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광고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려는 기업과 브랜드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광고임을 알게 되면 스킵하거나 채널을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영리한 기업들은 돈을 지불하는 광고 채널 외에 자신들의 '온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온드 미디어란 브랜드나 판매기업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홍보채널’을 말한다. 오프라인으로 치면 매장, 종업원, 상품 패키지 등이 온드 미디어이고, 온라인은 기업 홈페이지, 유튜브, 소셜미디어 채널, 블로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 대표적인 온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온드 미디어'는 ’ 오프라인‘에 비해 물리적인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홈페이지를 이용한다면 큰 비용 없이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팁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의 채널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고 SNS 채널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카드 뉴스 형태로 잠재고객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이는 광고를 싫어하는 고객에게 유익함을 선물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게끔 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예로 '코카콜라'는 새로운 디지털 매거진 형태의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정보를 보여주는 일방통행 식의 홈페이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소비자, 언론, 임직원 등 코카콜라와 관련된 사람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주요 채널이 되고 있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업 뉴스룸을 출범시킨 삼성의 ‘삼성전자 뉴스룸’은 기업 자체가 미디어로 변신해 다수의 언론을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 제품, 혁신, 기술 리더십, 기업 문화와 메시지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특히 CES 2022의 ‘티저’로 소개된 ‘외계인 납치 영상’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이라는 삼성의 슬로건을 제대로 홍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호성의 원칙;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전략 - Give Small, Take Big!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라면 '빚지고는 못 사는' 상호성의 원리를 이용해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고객에게 가치 있을 만한 'Give'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많은 'Take'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쇼핑몰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상호성의 원칙'에 기반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한다.



1. 무료 샘플 사은품 제공

무료 샘플 사은품 (출처 : 키엘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판매든, 오프라인 매장 판매든 상호성을 활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기법은 무료 사은품이나 샘플을 제공하는 것이다. 로레엘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인 '키엘'은 고객이 뷰티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무료로 제품을 제공한다. 상단 '내비게이션(메뉴바)'에 해당 메뉴를 고정시켜 고객들이 쇼핑몰에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무료 샘플 (출처 : 설화수 프로모션 페이지 캡처)


아모레의 '설화수'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 채널을 추가한 고객에게 쿠폰을 통해 무료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상당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무료 샘플과 사은품 제공을 통해 구매 가능성을 높이거나 SNS 팔로워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객 로열티를 높이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제공되는 샘플의 수량을 정확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샘플비용이 제품을 팔았을 때 얻는 가치보다 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2. 회원가입 시 무료 쿠폰


무료쿠폰 제공 (출처 : GS SHOP, 웹하드, 탐나오 홈페이지 캡처)


상호성을 활용한 마케팅의 목표는 고객이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새로 쇼핑몰에 가입한 고객에게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면 고객은 무언가를 돌려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만약 쿠폰을 받은 고객이 쇼핑을 중도 포기할 경우 무료로 받은 쿠폰 또한 포기해야만 하는데, 이때는 '상호성' 뿐 아니라 '소유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즉, 무료로 쿠폰을 받은 고객은 뭔가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이미 '내 계정 My Page'에 꽂힌 쿠폰을 내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재방문을 유도하거나 구매전환율을 높이려는 쇼핑몰이라면 반드시 적용해야 할 마케팅 팁이다.



3. 사용 가이드 제공

사용 가이드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캡처)


고객이 검색으로 아무리 스마트해졌다고 해도 판매자 앞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구매하기 전에 고객들이 알고 싶고,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해당 정보를 쇼핑몰에 깔끔하게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렵지 않고 간단한 마케팅 팁이지만 실행조차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2019년 5월 국내 1호점을 오픈한 블루보틀 커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커피 로스터 및 소매 업체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데 3분 이상 걸리는 핸드드립을 고수해 '슬로커피 문화'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다.


사용자 가이드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블루보틀 코리아 홈페이지 메뉴 상단에 "about"라는 섹션을 보면  "Brew Guide" 메뉴를 볼 수 있다. 해당 메뉴를 통해 무료 가이드와 노하우를 제공함으로 블루보틀은 제품에 대한 전문가로 포지셔닝한다. 또한 무료로 제공되는 이와 같은 콘텐츠는 고객의 '상호성'을 자극해 구매율을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당신의 쇼핑몰을 통해 무료 가이드뿐 아니라 '사용법 영상', '전자책'과 같이 다양한 방식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고객들이 당신의 사이트를 해당 상품군의 '성지(聖地)'처럼 방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서프라이즈 선물


아르카디아 쇼핑몰 홈페이지 캡처 https://arcadiafragrance.com/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 당신의 감정은 어떤가? 설렘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 택배 상자를 여는 것 자체도 설레는 일인데 만약 그 안에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 있다면 어떨까?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선물은 손으로 쓴 감사 편지다. 간단한 메모라도 고객은 이를 통해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때문에 고객은 감사의 마음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사 편지야 말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고객을 놀라게 하면서 기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택배 상자에 작은 선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달하는 선물이 굳이 비싸지 않아도 된다. 캔디 몇 개라도 고객은 마음을 써주었다는 것에 감동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른 상품을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나 샘플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왠지 구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상호성은 '빚지고는 못 사는' 인간의 심리에 깊숙이 각인된 마음의 원칙이다. 쇼핑몰에게 이것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단기적인 판매 증가뿐 아니라 장기적인 고객 로열티 획득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상호성의 원칙

우리가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사람도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게 된다는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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